“제 팬이 되어 주세요. 몇 분을 추첨해서 해외 명품 화장품을 쏩니다.” 네이버가 야심 차게 선보인 새로운 검색 서비스 ‘인플루언서 검색’이 다음 달 초 정식 서비스 시작 전부터 잡음을 내고 있다. ‘팬(일종의 구독자) 수’와 ‘콘텐츠 조회 수’로 콘텐츠 노출 순위가 결정되는 시스템 때문에 이용자에게 취향에 맞는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겠다는 본래의 목적과 달리 해당 서비스가 인플루언서 사이에서 더 많은 팬을 모으기 위한 경쟁의 장으로 변질됐기 때문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네이버 블로그 등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자신이 네이버 인플루언서 베타 테스트 대상자가 되었다며 자신의 ‘팬’이 되어달라는 글이 자주 올라온다. 이들은 팬을 모으기 위해 작게는 해외 여행지에서 사온 간식에서부터 백화점 상품권, 해외 명품 화장품, 심지어 현금까지 걸고 각종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자신의 팬이 되었다는 것을 해당 이벤트 게시글 댓글에 인증하면 추첨을 통해 선정된 팬들에게 상품을 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총 팬 수가 1,000명 이하일 경우에는 5만원 상품권을 제공하고, 1,000명을 넘으면 10만원 상품권을 제공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기도 했다.
이들이 이처럼 돈을 들여가며 팬을 확보하려는 이유는 그들이 만든 콘텐츠 노출이 ‘팬 수’에 가장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네이버가 지난해 11월 말 여행과 뷰티 두 분야에서 500명의 창작자를 선정해 베타 테스트를 시작한 ‘인플루언서 검색’은 창작자 중심의 새로운 검색 서비스다. 이용자가 ‘#대만여행’, ‘#스킨케어’처럼 여행이나 뷰티 키워드를 검색하면 인플루언서가 만든 관련 콘텐츠가 검색 상단에 게재된다.
하지만 팬이 많아야 자신의 콘텐츠가 다른 인플루언서의 콘텐츠보다 검색 결과 상위에 노출되고, 상위에 노출되면 더 많은 사람이 콘텐츠를 찾게 된다. 이는 자연스럽게 광고 수익과 연결되기 때문에 인플루언서들이 ‘팬’ 모으기에 혈안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도 팬을 확보하지 못해 콘텐츠가 상위에 노출되지 않으면 제대로 된 평가조차 받지 못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여행 블로그를 운영하는 한 인플루언서는 “이 서비스가 원래는 일반 대중들에게 맞춤형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려는 목적이 아니었느냐”면서 “각종 이벤트를 하며 돈을 쏟아붓는 상당수의 창작자 때문에 아무리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도 대중에게 노출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다음 달 초 서비스가 정식 오픈되면 인기 스타가 새로운 인플루언서로 유입돼 시장을 단숨에 장악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팬 수’와 ‘콘텐츠 조회 수’로 콘텐츠 노출 순위가 결정되는 탓에 현재 베타 테스트 참여자들이 각종 이벤트를 진행하며 돈을 들여도 인기스타가 들어오면 그들의 콘텐츠가 바로 상위에 노출돼 그간의 노력이 다 헛수고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부작용이 일어나고 있지만, 네이버는 오히려 주기적으로 일정 기간 가장 많은 팬을 모은 인플루언서 상위 5인을 선정해 소정 금액의 네이버페이까지 지원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서비스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지만, 결과적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팬만 많이 모으면 된다는 인식을 심어준 게 됐다.
네이버 관계자는 “베타 테스트 기간 동안 미처 알지 못했던 부작용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면서 “현재 알고리즘은 100% 확정된 정책이 아니고 서비스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주원기자 jwpai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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