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으로 시작된 홍콩 시위사태가 사실상 민주화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홍콩에 주재하는 중국 정부 최고책임자를 바꾸기로 했다. 중국 정부가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관점에서 홍콩의 중국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4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중국 중앙인민정부의 주홍콩 특별행정구 연락판공실 주임이 현 왕즈민에서 뤄후이닝(사진) 전 산시성 공산당 서기로 교체된다고 보도했다. 연락판공실은 현지에서 홍콩 정부를 사실상 관리·조종하는 중국의 최고기관이다. 통신은 이번 인사 교체의 배경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외신들은 7개월 동안 이어진 홍콩 시위사태를 해결하지 못한 사실상의 문책인사 인사라고 봤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올해 66세인 뤄 전 당서기는 산시성에서 시 주석을 당 중앙의 ‘핵심’으로 옹호하기 위해 대대적인 선전작업을 벌이면서 ‘시진핑 1인 체제’ 강화에 앞장서온 인물이다. 안후이·칭하이 등 여러 지방정부에서 요직을 맡았지만 홍콩 근무 이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력 대부분을 홍콩과 마카오에서 보낸 왕즈민과는 대조적이다. 이에 따라 중국이 홍콩 문제 해결을 위해 충성심이 강하고 추진력이 뛰어난 뤄 전 서기를 긴급 투입해 홍콩의 ‘중국 내지화’에 본격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으로 중국 정부와 홍콩 간 연락은 홍콩에 있는 중국 연락판공실을 통해 이뤄진다. 지난해 홍콩 시위사태를 조기 진압하는 데 실패한데다 홍콩 구의원선거마저 친중파가 참패한 뒤 연락판공실에 대한 문책론이 커졌다. 톈진 난카이대의 홍콩 전문가 리샤오빙은 SCMP와의 인터뷰에서 “뤄를 선택한 것은 홍콩의 교착상태를 풀겠다는 중국의 의지로 보인다”며 “그의 과거 경력은 기존 홍콩·마카오 시스템과 다른 프레임으로 문제를 볼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홍콩 연락판공실 주임 교체와 관련해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상무위원 가운데 홍콩 문제를 총괄하는 한정 부총리와 캐리 람 홍콩 특구 행정장관은 면죄부를 받은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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