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을 맞은 편의점 업계가 전국 3,000여개 점포의 자유계약(FA) 유치전을 본격화하고 있다. 집토끼를 사수하고 산토끼를 잡기 위해 억대 지원금을 주기도 하는 등 ‘갑(甲)’이 된 점주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 게다가 지난해 근접 출점을 제한하는 자율규약에 이어 올해는 점주의 불·탈법에도 계약 즉시해지를 금지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가맹사업법 시행령 개정안 등 각종 규제도 예고돼 있어 ‘무늬만 갑’인 가맹본부의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올해만 3,000개...‘갑(甲) 점주’ 사수하라=편의점 가맹예약이 통상 5년 단위로 이뤄지는 만큼 올해 예상되는 재계약 점포는 3,000개에 달한다. 2014년부터 편의점 점포 수가 급증하면서 오는 2022년까지 재계약 물량은 1만개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약 시즌이 본격화되자 업계는 치열한 눈치싸움에 들어갔다. 점주들에게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해야 기존 가맹점을 지키고 경쟁브랜드의 점포도 뺏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최대 화두는 수익배분 구조다. 편의점 가맹본부와 점주의 수익 배분구조는 통상 6.5대 3.5 혹은 7대 3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수익에 직결되는 만큼 가장 민감한 부분으로 재계약 시 본부와 점주 간에 치열한 눈치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에 최근 이마트24가 ‘창업지원형’의 월회비를 기존 150만원에서 160만~170만원을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자 재계약을 앞둔 점주들 사이에서 논란이 커지기도 했다. 한 편의점 점주는 “지원금을 일부 포기해도 수익 배분을 좀 더 유리하게 가져가는 것이 좋다”며 “올봄 재계약을 앞두고 있어 두 세 군데의 편의점 본부에 조건을 문의해놨다”고 전했다.
◇‘을(乙)이 된 가맹본부’...규제 압박 커져=가맹본부의 횡포를 막는다는 취지로 하나 둘 추가되는 규제들도 신규 출점이나 재계약에서 본부의 협상력을 잃게 만들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말 입법예고 기간을 끝낸 ‘가맹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의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 쟁점은 공정위가 ‘가맹계약 즉시해지’ 조항 가운데 일부를 삭제한 것이다. 현행법상으론 가맹점이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가맹본부의 명성 훼손 △영업비밀 또는 중요 정보 유출 △공중의 건강과 안전에 급박한 위해 행위 등을 저질렀을 경우 본부가 계약을 즉시 해지할 수 있지만 개정안이 시행되면 이를 이유로 한 계약 해지가 불가능해진다. 공정위는 기존 시행령이 가맹본부가 자의적 해석을 할 여지가 많다며 “즉시 해지 사유가 발생했을 때는 법원에 정식으로 소송을 제기해 법 위반에 대한 확인과 판결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법원 판결이 나는 데 수개월 또는 수년이 걸릴 경우 가맹본부뿐만 아니라 다른 가맹점까지 피해가 전가될 수 있다”며 “점주 보호 차원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가맹본부를 갑의 프레임에 씌우면서 나온 과도한 조치”라고 꼬집었다.
또 시행령 개정안은 직전 사업연도 말 기준으로 평균 가맹점 운영기간, 가맹본부가 가맹점의 안정적 점포 운영을 위해 지원하는 경우 지원조건 및 금액을 정보공개서 기재사항으로 추가했다. 예상수익상황 근거자료에 가맹점 영업지역 내에 있는 경쟁 브랜드 가맹점의 수와 위치를 포함하도록 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보공개는 가맹본부에 과도한 부담”이라며 “통제할 수 없는 정보로 허위정보가 남발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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