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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사태에..시중자금 증시 문턱서 움찔

부동산 규제로 여유자금 증시 유입

투자자예탁금 1년만에 30조 넘어서

반도체 실적개선 등 장밋빛 전망에도

대외 불확실성 탓 실제 거래는 신중





시중 부동 자금이 증시로 유입될 조짐이다. 지난해 12월 정부가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후 증시로의 자금 이동이 뚜렷해지고 있다. 하지만 주식 거래량은 여전히 정체를 보여 유입된 자금이 실제 거래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연초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돼 불확실성이 증가함에 따라 투자자들도 선뜻 투자에 나서지 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이 지난 3일 기준 30조6,665억원으로 집계돼 1년여 만에 30조원을 돌파했다. 투자자 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 맡겨놓거나 주식을 판 뒤에 찾지 않은 돈으로 대표적인 증시 대기 자금 중 하나다. 언제든지 시장에 유입될 수 있는 예탁금이 증가세를 보인다는 것은 증시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코스피 지수가 급락세를 보였던 지난해 8월 투자자 예탁금은 하루 평균 24조7,577억원까지 줄었지만, 증시가 반등세를 보였던 지난해 12월에는 25조7,279억원으로 증가했다.

단기투자상품인 증권사의 자산관리계좌(CMA) 잔액도 증가하는 추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CMA 잔액은 3일 기준 52조9,109억원으로 53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달 18일 이후 10거래일 연속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증시 대기자금 증가세는 정부가 15억원이 넘는 초고가 주택의 대출을 전면 금지하는 등의 강도 높은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한 지난해 12월 중순 이후부터 뚜렷해졌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대한 의지를 내보이면서 오히려 증시에 대한 매력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사를 통해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절대 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투기 억제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자금의 성격이 다르지만 부동산 규제 강화에 따라 일부 여유자금이 증시로 유입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부동산 규제와 맞물려 지난해 12월 초부터 미중 무역협상 1단계가 타결되면서 불확실성이 걷힌데다 국내 기업들의 실적과 경기 전망이 긍정적으로 변화하면서 증시로 자금 유입이 가속화됐다는 분석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경기가 회복될 가능성이 있고 반도체 실적 개선 등의 전망이 나오면서 증시로 자금이 신규 유입되는 성격이 강하다”며 “투자자 예탁금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주변 자금이 늘어나고 있으니 나쁘지 않은 신호”라고 진단했다.

증시 주변 자금은 늘고 있지만, 실제 거래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실제로 코스피 시장 하루 거래대금은 4조~5조원대에 머물러 있고, 코스닥 시장도 3조~5조원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시중자금이 증시 문앞까지는 왔지만, 문지방을 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 가능성에 전날 큰 폭으로 하락했던 코스피 지수는 이날 하락분을 대부분 회복했다.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0.95%(20.47포인트) 오른 2,175.54포인트에 마감했고 코스닥 지수도 1.24%(8.13포인트) 오른 663.44포인트에 장을 마쳤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불확실성이 완전히 제거된 것은 아니지만, 미국과 이란 간 전면전 가능성이 작은 것으로 판단하면서 시장이 예전 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박성호·심우일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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