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선 모빌리티 ‘한·일전’이 벌어졌다. 한국 대표 자동차 기업 현대자동차와 일본 도요타가 같은 날 미디어발표 행사를 열고 미래 도시 구상을 각각 발표한 것이다. 한국과 일본뿐 아니라 미국·유럽 등 세계 각지 언론들이 도요타와 현대차의 행사장을 잇달아 찾아 양 사의 미래 청사진을 번갈아 취재했다. 일본 기자들도 먼저 열린 도요타 행사가 끝난 뒤 현대차 행사장으로 대거 이동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현대차가 정의선 수석부회장뿐만 아니라 미국 항공우주국(NASA) 최고위직 출신인 신재원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담당 부사장, 로라 슈워츠 전 백악관 행사 담당관(작가), 에릭 엘리슨 우버 엘리베이트 총괄 등 전문가들을 총출동시킨 반면 도요타는 도요타 아키오 사장이 사실상 홀로 발표해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날 현대차는 하늘과 땅을 아우르는 미래 모빌리티 구상과 여기에 실제 투입될 비행체 컨셉트 ‘S-A1’을 들고 나왔다. 현대차 발표는 슈워츠 작가가 지영조 현대차 전략기술본부장(사장)을 소개하며 시작됐다. 빨간색 스웨터를 입고 나온 지 사장이 ‘삶의 질을 높이는 인간 중심의 모빌리티’ 밑그림을 청중들에게 소개한 뒤 아트 마크먼 텍사스대 심리학과 교수가 등장해 현대차의 철학을 설명했다.
이어 신재원 부사장이 단상에 올랐다. NASA 워싱턴 본부의 항공연구총괄본부장을 지낸 신 부사장은 세계 항공교통의 손꼽히는 권위자다. 신 부사장은 박수를 받으며 무대에 올라 슈워츠 작가와 대화 형식으로 UAM에 대해 풀어냈다. 그 뒤엔 에릭 엘리슨 총괄과 이상엽 현대디자인센터장(전무)가 무대에 올랐고, 대미를 정 수석부회장이 장식했다. 여러 명이 이어 나왔지만 각각의 역할을 정확히 전달하고 자연스럽게 들어가는 모습이었다. 외신 기자들은 행사가 끝난 지 20여 분이 다 되도록 남아 ‘S-A1’을 촬영하는 등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반면 실현 가능한 정도의 모빌리티 실험 도시인 ‘워븐 시티(Woven City)’를 실제 구축하겠다고 발표한 도요타는 아키오 사장이 발표 내내 홀로 프리젠테이션해 극적인 요소가 다소 떨어졌다. 워븐 시티 설계에 참여한 덴마크 건축가 비야케 잉겔스가 잠시 무대에 올랐지만 사실상 아키오 사장의 독무대였다. /라스베이거스=박한신기자 hs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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