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회장의 동생 이재환 CJ파워캐스트 대표가 CJ올리브네트웍스(IT부문)·타이와이즈인베스트먼트 지분을 잇따라 처분하고 CJ올리브영 지분을 자녀들에 증여했다. CJ그룹 승계를 돕기 위한 지분정리라는 분석와 함께 보유 중인 CJ올리브영 지분(지분율 19.19%)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CJ올리브영은 그룹 승계의 중추적 역할을 할 계열사로 평가된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재환 CJ파워캐스트 대표는 지난해 말 CJ올리브네트웍스(IT부문)와 CJ 지분 교환에 참여하는 대신 주식매수청구권을 활용해 804억원의 현금을 취득했다. 자녀인 이소혜·이호준씨 역시 보유 지분 처분으로 각 118억원을 확보했다. 이 대표와 자녀들이 모두 지분 교환에 참여했다면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의 지분율이 다소 희석됐을 수 있다. 이 부장은 보유 중이던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지분율 17.97%)을 이용해 CJ 지분 2.4%를 확보했는데 이 대표 일가(지분율 19.19%) 역시 주식 교환에 참여, CJ 주식을 취득했다면 이 부장의 지분율이 다소 낮아졌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주사 주주로 이름을 올리기 보다 현금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조카의 승계를 도운 것이란 평가다.
비슷한 시기 이 대표는 자신이 대주주로 있던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 지분 51%를 씨앤아이레저산업에 넘겼다. 씨앤아이레저산업은 이재현 회장의 장남인 이 부장(지분율 51%)과 장녀 이경후 CJ ENM 상무(지분율 24%), 사위 정종환 CJ 부사장(지분율 15%)등이 지배하고 있는 회사다. 이 대표가 지배하고 있던 벤처캐피탈(VC)을 이 회장 자녀들에 양도한 셈이다. VC 사업은 규모는 작지만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찾는 첨병 역할을 한다. 계열사와의 사업 시너지 확보, 인수합병(M&A), 투자수익 등의 성과로 경영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사업을 이 부장 등에 넘겼다는 평가다. 이 대표는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 지분 매도로 76억원 손에 넣었다.
이 대표는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 지분을 매각한 날 자신이 보유 중이던 CJ올리브영 지분 148만6,963주 중 48만1,262주를 자녀인 이소혜·이호준 씨에게 각 24만631주씩 증여하기도 했다. 이 대표의 지분율은 14.83%에서 10.03%로 감소했지만 두 자녀의 지분율은 2.18%에서 4.58%로 늘었다. IB전문가들은 CJ올리브영의 기업가치 상승을 예측한 증여란 평가를 내리고 있다.
실제 CJ올리브영은 CJ 3세 승계를 위한 핵심 계열사로 꼽히고 있다. 이 부장이 회사의 지분 17.97%를 보유 중이기 때문이다. 기업가치를 높여 승계의 통로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매각·IPO 등의 의사결정에 이 대표 일가가 큰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일가 지분(지분율 19.19%)이 이 부장 지분보다도 많기 때문이다. 한 IB 관계자는 “(이 대표의 증여는) CJ올리브영의 기업가치가 향후 높아질 것이란 분석 속에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일가 지분율이 20%에 달하는 만큼 매각 등 CJ올리브영의 주요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민석기자 se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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