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0’에 참가한 국내 대표 기업들의 최고경영자(CEO)들은 개막 첫날부터 현장을 누볐다. 어려운 대내외 경영환경 속에서 5세대(5G) 이동통신과 인공지능(AI)·모빌리티 등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 행보를 보였다.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은 7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한 직후 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LVCC)로 향했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모빌리티 관련 기업이 몰려 있는 노스홀. 영화 ‘아바타’에서 영감을 얻어 미래 콘셉트카 ‘비전 AVTR’을 제작한 메르세데스벤츠의 부스를 시작으로 포드·퀄컴·혼다·아우디·도요타 등의 부스를 잇따라 방문했다. 아우디 부스에서 최 부회장은 전시된 콘셉트카 두 대에 직접 탑승해 직원의 설명에 따라 차량 전면 디스플레이 등을 주의 깊게 살펴봤다. 미국의 헬리콥터 제조업체 ‘벨’의 플라잉 택시를 관람하던 최 부회장은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에게 비행 원리 등을 묻기도 했다.
최 부회장이 특히 관심을 보인 것은 아마존 오토모티브 부스에 전시된 ‘리비안’의 전기트럭이었다. 전시된 전기 픽업트럭의 운전석과 화물 적재 공간 사이에는 간단한 짐 등을 둘 수 있는 빈 구멍이 있었기 때문이다. 최 부회장은 전기차 배터리가 어디에 위치하는지 묻고 구멍 부분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기도 했다.
최 부회장은 예정에 없던 소니 부스도 급히 방문했다. 소니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공개한 콘셉트카인 ‘비전 S’를 직접 보기 위해서였다. 최 부회장은 ‘비전 S’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직접 촬영하고 SK그룹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들었다. 점심식사 후에는 삼성전자 부스를 방문해 디지털 콕핏을 살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도 발걸음을 재촉했다. 박 사장은 삼성전자 부스를 방문해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 사장과 함께 5G 네트워크 기반 콘셉트카에 탑승해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기술을 논의하기도 했다. SK텔레콤과 삼성전자는 모바일에지컴퓨팅(MEC)을 기반으로 초고화질 영상을 무선으로 즐길 수 있는 세계 최초 ‘5G-8K TV’를 공동 개발해 전시하는 등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은 AI와 증강현실(AR)·자율주행에 큰 관심을 보였다. 하 부회장은 현대모비스 부스를 찾아 자율주행 기술을 살펴보는 한편 삼성전자 부스에 마련된 5G 기반 디지털 운전석에서 고 사장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김 총괄사장은 CES 현장에서 아예 전략회의를 열었다. 주제는 미래 성장 사업인 ‘e모빌리티’ 산업.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 생산 중심의 사업 구조를 넘어 모빌리티 사업 전반에서의 역량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김 총괄사장은 “올해 CES에서 미래 기술, 특히 우리가 가려는 e모빌리티 분야의 기술 발전이 예측을 넘어서는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음을 직접 확인했다”며 “e모빌리티 발전은 SK이노베이션에 매우 중요한 성장 기회지만 그 속도를 우리가 앞서 나가지 못하면 큰 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그간 역량을 키워온 배터리 등 모빌리티 핵심부품과 최첨단 소재들이 혁신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며 “이제 e모빌리티 혁신을 앞당겨 고객 혁신으로 이어지도록 속도를 내자”고 딥체인지(근원적 변화) 가속화를 주문하기도 했다.
/라스베이거스=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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