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확대 정책으로 지출이 급격하게 늘면서 정부가 4년 만에 ‘적자 가계부’를 쓸 것이 확실시된다. 세입이 넉넉하게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씀씀이가 커진 탓이다.
기획재정부가 8일 발표한 ‘재정동향 1월호’를 보면 지난해 1~11월 누적 총수입은 435조4,000억원, 총지출은 443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7조9,000억원 적자를 냈다. 기재부 관계자는 “연말까지 수치가 확정돼야 알 수 있겠지만 지난해 통합재정수지는 적자를 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통합재정수지는 금융위기 때인 지난 2009년 17조6,000억원 적자였고, 이후에는 2015년 2,000억원 적자를 낸 적이 있다. 2017년과 2018년에는 각각 24조원과 31조2,000억원 흑자였다.
당초 정부는 무분별한 선심성 복지 확대 정책으로 나라 곳간이 허물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졌음에도 통합재정수지가 1조원 흑자를 낼 것이라고 해왔다. 하지만 흑자는 물론 상당 폭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통합재정수지에서 각종 사회보장성 기금 수지를 뺀 관리재정수지는 45조6,000억원 적자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재정 수지가 악화한 것은 기본적으로 경기 불황으로 나라가 국민·기업으로부터 거둬들이는 세금이 당초 기대만큼 안 들어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까지 누적 국세수입은 276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조3,000억원 줄었다. 계획했던 것 대비 실제 들어온 수준을 의미하는 세수 진도율은 93.8%에 그쳤다. 최근 5년(2014~2018년) 평균 진도율인 94.4%보다 0.6%포인트 낮다. 특히 3대 세목 가운데 하나인 법인세는 누계로 70조5,000억원 걷히는 데 그쳐 진도율이 88.9%에 머물렀다. 소득세는 77조9,000억원이 걷혀 진도율 97%를 나타냈고, 부가가치세는 68조3,000억원으로 99.3%로 집계됐다.
국가채무는 704조5,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700조원을 돌파했다. 다만 기재부 관계자는 “12월에 국채 정기 상환이 계획돼 있는 만큼 채무 규모는 정부가 계획한 범위 내로 수렴하거나 계획보다 다소 축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