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이라크 내 미군기지를 공격하면서 확전 우려감에 국내 증시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도 확전될 경우 국내 증시가 받을 영향에 대해 엇갈린 의견을 내놓았다. 환율과 유가가 급등할 경우 국내 기업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은 있다는 반면 기업 실적에 영향을 크게 주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증시 진입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8일 국내 증시는 이라크 내 미군기지에 대한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공포심리가 높아지면서 장 중 큰 폭으로 하락했다. 코스피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 넘게 하락했으며 코스닥 지수는 3% 가까이 급락했다. 애초 이란의 대응이 미국과 친미 성향의 국가에 대한 테러·해킹 등 비대칭전략 활용 등 확전으로 나갈 가능성이 적다고 본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이란이 미사일 공격을 결행하면서 투자자들의 심리를 얼어붙게 했다. 이날 일명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IX)는 전날보다 5.9% 치솟은 15.97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이란이 전쟁으로 치달을 경우 국내 증시는 일단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확전된다면 1월 증시는 조정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2,100선을 하한선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유가 민감도는 예전보다 떨어졌지만,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더 강력한 조처를 하면 충격을 피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다만 여전히 전면전으로 확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이럴 경우에 국내 증시 영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변 센터장은 “미국 대선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이란과 전면전을 치를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의 대응 수위가 중요하다”고 전망했다. 확전된다더라도 예상보다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유가가 몇년간 산유국들이 감산한 결과인 만큼 확전된다 하더라도 유가가 크게 급등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며 “금융 시장을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 될 수는 있겠지만, 방향성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국내 기업들이 받을 영향에 대해서는 시각이 엇갈렸다. 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기업 실적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과 기업의 펀더멘털이 악화된 것이 아닌 만큼 건설 등 일부 산업에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는 시각이 공존했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확전될 경우 유가 상승으로 구매력이 저하되고 생산비용이 늘어나면 결국 기업 실적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조 센터장은 “직접적 영향을 크지 않다”며 “9·11 테러 때도 기업들의 실적 악화로 이어지지 않았고 결국 주가는 회복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확전 가능성이 고조되는 가운데서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600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면서 4거래일 연속 매수세를 이어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실적 개선 기대감에 전거래일보다 각각 1.79%, 3.62% 상승했다. 하지만 당분간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횡보 장세가 예상보다 길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오히려 지난해 급등했던 시장의 밸류에이션이 낮아진 만큼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으로 갈렸다. 조 센터장은 “단기 조정을 염두에 두고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되겠지만, 연간으로 보면 1월이 장기적 투자 기회”라고 조언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