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를 잡아라.”
전 세계 가입자 1억5,000만명의 ‘영토’를 구축한 넷플릭스에 도전하는 새로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CES 2020’에도 풍부한 오리지널 콘텐츠부터 밀레니얼 세대 맞춤형 영상까지 다양한 무기를 갈고닦은 경쟁자들이 넷플릭스의 아성에 도전장을 던졌다.
관람객들의 가장 큰 관심을 끈 새로운 영상 플랫폼은 ‘퀴비’였다. 퀴비는 밀레니얼 세대의 영상 소비 습관을 기반으로 탄생한 새로운 형태의 플랫폼이다. 밀레니얼 세대가 이동 중에 스마트폰을 이용해 짧고 간편하게 영상을 보는 것에 착안해 10분 내외 영상들로 무장했다. 오는 4월 175개 오리지널 쇼와 8,500개 콘텐츠를 갖춰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7~10분 길이 영화부터 패션·요리·뷰티 등 일상 소재 영상, 뉴스·스포츠 등 매일 업데이트되는 영상 등 다양한 내용으로 구성된다. 스티븐 스필버그 등 할리우드 유명인사들도 퀴비에 참여했다. 퀴비는 출시 전부터 디즈니와 유니버설 등 세계적인 기업으로부터 10억달러(약 1조1,500억원)를 끌어모을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퀴비를 탄생시킨 드림웍스 창업자 제프리 캐천버그는 8일(현지시간) 기조연설 무대에서 “퀴비는 엄청난 이야기(big story)와 한입거리 영상(quick bite)”이라고 표현했다. 퀴비라는 이름 역시 한입거리라는 의미의 ‘퀵 바이트’의 줄임말이다. 이날 기조연설장에 모인 인파의 탄성을 자아낸 부분은 퀴비의 ‘턴스타일(Turnstyle)’ 기술이었다. 스마트폰을 가로로 들고 있던 중 갑자기 세로로 바꿔도 영상이 끊김 없이 재생됐다. 두 인물이 나란히 서서 대화하는 영상을 볼 때는 가로로 화면을 보다가 한 명이 놀란 표정을 지을 때는 세로로 돌려 더 자세한 표정을 볼 수 있다. 퀴비의 한 관계자는 이 기술에 대해 “영상을 넓게 촬영해 세로와 가로로 잘라 연결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특정 시간대 특정 영상을 서비스하는 것도 특징이다. 스필버그 감독이 만드는 공포영화는 낮에는 볼 수 없고 해가 진 뒤 어두워져야 영상 재생이 가능하다. 멕 휘트먼 퀴비 CEO는 기조연설에서 “터치스크린이나 카메라, 위성항법장치(GPS) 등이 스토리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 고민했다”며 “당신의 스마트폰은 지금 몇 시인지, 언제 해가 지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어두워지는 순간부터 공포 에피소드를 볼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에 비해 저렴한 월 구독료도 퀴비의 강점이다. 광고가 포함된 월 구독료는 4.99달러(약 5,700원), 광고가 없는 영상은 월 7.99달러(약 9,200원)로 책정했다. 월 12.99달러(약 1만5,000원)인 넷플릭스 구독료의 3분의1에 불과하다.
NBC유니버설도 이날 기조연설을 통해 4월 출시 예정인 OTT ‘피콕’을 소개했다. 린다 야카리노 NBC유니버설 광고 및 파트너십 대표는 “‘브루클린 나인나인’이 NBC에 왔을 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의사결정에 도움을 줬다”며 새로운 피콕에 인기 시리즈를 그대로 공개할 예정임을 밝혔다.
퀴비와 NBC유니버설에 앞서 AT&T 산하 워너미디어도 프레젠테이션 자리에서 5월에 공개되는 HBO맥스에 대해 설명했다.
HBO맥스는 월 14.99달러(약 1만7,500원)에 출시하며 통신사 AT&T를 통해 제공된다. TV 시리즈인 ‘프렌즈’ ‘왕좌의 게임’ ‘빅뱅이론’을 비롯해 1,800편 이상의 영화와 애니메이션 등의 콘텐츠를 서비스한다. 특히 넷플릭스에서 가장 인기 있던 드라마 ‘프렌즈’는 HBO맥스 출시를 계기로 넷플릭스에서 내려가고 올해부터 5년간 HBO맥스에서만 독점 제공된다.
/라스베이거스=권경원기자 naher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