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디어드 키플링의 ‘정글북’은 소설이기라도 하지, 이건 실화다. “저 아래 국도를 지나가는 통학 버스는 우리 집 근처에서는 멈추지 않고 쌩 달린다”고 쓴 저자는 열여섯 살이 되기까지 학교를 다닌 적이 없다. 정부는 왜 아이들이 학교에 가도록 하지 않았나. 가정 분만으로 태어나 출생신고도 되지 않은 아이였으니 세상은 그들의 존재조차 몰랐다. 알고 있는 나이가 정확한 제 나이인지조차 불분명한 저자는 타라 웨스트오버. 기초교육을 전혀 받지 못한 채 뒤늦게 배움의 여정을 시작해 명문 케임브리지에서 장학금을 받으며 박사가 된 ‘기적의 흙수저’ 인물이다. 신간 ‘배움의 발견’은 그의 회고록이다.
타라는 1986년 미국 북서부 아이다호에서도 한참을 더 들어가 닿는 산간벽지에서, 7남매의 막내딸로 태어났다고 한다. 아버지는 세상의 종말이 임박했다고 믿는 모르몬교의 근본주의자였다. 현대의학에 대한 불신으로 병원에 간 적 없고, 자녀 중 넷은 출생신고도 하지 않았으며 공교육을 의심하며 아이들을 학교에도 보내지 않은 채 복숭아 병조림 만들기나 폐철 모으는 일에 동원할 뿐이었다. ‘그가 악을 버리고 선을 택할 줄 알 때가 되면 엉긴 젖과 꿀을 먹을 것이다’라는 성경 구절을 읽고서 냉장고의 음식물을 모조리 버리고 꿀 190ℓ로 채우는 그런 사람이었다. 고철 더미에 있던 엔진 폭발로 다치고, 눈보라가 눈앞을 가리는 고속도로를 달리다 온 가족이 죽을 뻔했으며, 가족 간의 은밀한 학대가 있었어도 아이들은 도움 청할 곳이 없었다. 그것이 도움받아 마땅한 일이라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했다.
정부가 그 존재를 알았기에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던 셋째 오빠로부터 ‘산 너머 세상’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타라는 ‘아버지의 세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인생을 향하기로 결심했다. 독학으로 대입 시험을 준비했다. 모르몬교 재단에서 운영하며 홈스쿨링 학생들을 뽑는 대학인 브리검 영 대학에 합격했다. 학교에서는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의 ‘차이’가 더 잘 드러났다. 타라는 ‘나폴레옹과 장발장 중 누가 역사적 인물이고 누가 허구의 인물인지’조차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기초 지식이 부족했다. 미술 교과서를 보는 법, 커피 마시는 법까지 ‘배워야’ 했다.
이 책은 역경을 딛고 명문대 역사학 박사가 된 저자의 ‘성공기’가 아니다. 배움을 통해 얻는 성장과 자아 찾기가 ‘진짜 이야기’다. 배움 덕에 아버지가 만든 기이한 세상에서 탈출하게 된 저자는 “나는 아버지가 기른 그 아이가 아니지만, 아버지는 그 아이를 기른 아버지”라며 열여섯 살 이후 자신의 변화에 대해 “그것들은 변화한 사람, 새로운 자아가 내린 결정들이었다. 이 자아는 변신, 탈바꿈, 허위, 배신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릴 수 있을 것이지만 나는 그것을 교육이라 부른다”라고 적었다. 1만8,000원.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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