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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 세금은 덜 걷히고 돈은 써야하고…'악화일로' 나라곳간 사정

작년 1~11월 국세수입 전년比 3.3조↓

수입서 지출 뺀 재정수지 적자 확실시

'마이너스 재정수지' 2015년 이후 4년만

중앙정부 채무는 700兆 돌파

정부 '확장재정→경제성장→세수증가' 기대

전문가 "민간 활력 없인 밑빠진 독 물붓기"





벌어들이는 범위 안에서 씀씀이를 조절하는 건 건전한 경제 상식입니다. 무턱대고 지출을 늘렸다가는 빚을 내야하고, 그 빚은 고스란히 이자 부담으로 돌아옵니다. 그런데 지난 한 해 정부는 이런 일반적 생각과는 정 반대로 나라 곳간을 운영했습니다. 수입은 줄었는데 지출을 너무 크게 늘리면서 적자 가계부를 쓴 겁니다.

지난 8일 기획재정부는 ‘월간 재정동향 1월호’를 발표했습니다. 통계를 보면 지난해 정부는 1~11월 435조4,000억원을 벌어들였는데(총수입) 이보다 많은 443조3,000억원을 쓴 것(총지출)으로 나타났습니다. 나라 곳간에 들어온 돈보다 나간 돈이 더 많아지면서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는 7조9,000억원 적자를 냈습니다. 가계로 치면 국가가 적자가계부를 쓴 셈이죠. 적자폭도 금융위기 때인 지난 2009년 10조1,000억원 적자(1~11월 기준) 이후 10년 만에 가장 컸습니다.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기금을 뺀 것으로 나라의 실질적 재정상황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무려 45조6,000억원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이 역시 지난 2011년 관련 통계 발표 이후 적자폭이 가장 큽니다.

구윤철(오른쪽 두 번째) 기획재정부 2차관이 지난 10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2020년 제1차 재정관리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구 차관은 “올해 경기 반등의 모멘텀을 마련하고 하방위험에 대응해 확장적으로 편성된 예산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이고 신속한 집행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제공=기재부


정부가 어려운 대외 여건 속에서 경기를 방어하기 위해 재정을 부양 수단으로 쓰다 보면 일시적으로 재정수지가 악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예상한 것보다 재정 상황이 나빴다는 점은 곱씹을 문제입니다. 정부는 지난해 추가경정예산을 추진하면서 연간 통합재정수지가 1조원 흑자를 내고 관리재정수지는 42조3,000억원 적자를 낼 것으로 봤습니다. 직전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는 통합재정수지가 6조5,000억원 흑자, 관리재정수지는 37조6,000억원 적자를 낼 것으로 봤는데 이를 대폭 수정한 겁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두 지표 모두 정부의 수정 전망치를 크게 빗나가게 된 셈입니다. 한재용 기재부 재정건전성과장은 “재정 수지가 정부 예상보다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연간 통합재정수지가 적자를 낼 가능성에 대해서도 “부인하지 못하겠다”고 했습니다. 통합재정수지가 적자를 낼 것임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죠. 연간 통합재정수지가 적자를 내는 것은 2015년 이후 4년 만입니다.

그렇다면 정부는 왜 적자 가계부를 쓸 수밖에 없었던 걸까요. 기본적으로 경기 불황으로 정부가 국민과 기업으로부터 거둬들이는 세금 수입이 예상치보다 적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11월 국세 수입은 276조6,000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에 거둬들였던 것보다 3조3,000억원 적었습니다. 3대 세목 중 소득세(77조9,000억원), 부가가치세(68조3,000억원)는 연간 목표치를 달성할 것으로 보이지만 법인세(70조5,000억원)가 계획 대비 6조~7조원 모자랄 것이라는 게 정부 전망입니다. 박상영 기재부 조세분석과장은 “기업 실적 부진으로 법인세가 계획보다 덜 걷힐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종합부동산세 등 일부 세금이 12월에 들어오겠지만 세수 결손을 막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는 지난해 294조8,000억원의 세금이 걷힐 것으로 기대하고 돈을 썼는데, 정작 이보다 덜 걷히면서 결국 ‘세수 펑크’가 나는 겁니다.

들어오는 돈은 줄었는데 각종 복지 확대 정책으로 씀씀이는 커지니 결국 느는 건 빚 부담입니다. 지난해 11월 기준 국가채무(중앙정부)는 직전 월보다 5조9,000억원 늘어난 704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400조원대에서 500조원대, 500조원대에서 600조원대로 넘어서는 데 각각 3년씩이 걸렸는데, 600조원대에서 700조원대를 돌파하는 데는 2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절대 규모 자체가 커졌는데 더 빨리 앞 자릿수가 바뀌었다는 것은 그만큼 빚 불어나는 속도가 빠르다는 거겠죠.





정부가 확장적 재정정책을 위해 올해 적자 국채를 60조2,000억원어치나 발행하겠다고 예고한 만큼 국가채무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세입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적자국채를 찍어 경기를 부양하는 만큼 재정 건전성 악화도 지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입니다. 정부는 ‘확장 재정→경제 성장→세수 증가’ 선순환을 기대하고 있지만, 자칫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식으로 재정 낭비만 초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 정부의 재정 집행은 비효율 요소가 많기 때문에 확대 재정이 제대로 된 효과를 내지 못한 채 재정 건전성만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돈을 푸니 눈에 보이는 성장률은 어떻게든 올라갈 겁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재정이 세계 10위권(英 CEBR 기준 2018년 12위) 경제 대국의 경기를 받칠 수 있을까요. 정부가 돈을 얼마 푸느냐에 따라 성장률이 출렁인다는 것은 민간이 아닌 정부의 성장 기여도가 과도하다는 뜻이겠죠. 지난해 2·4분기 정부의 성장 기여도는 1.2%포인트였던 데 반해 민간 기여도는 -0.2%포인트였습니다. 3·4분기에는 0.2%포인트로 같았고요. 정부 성장기여도가 높았던 2·4분기에는 1% 성장했지만 그 다음 분기에는 0.4% 성장에 그쳤습니다.

정부는 돈 풀기에 급급할 게 아니라 과감하게 신성장 산업의 규제를 풀고 좋은 투자 환경을 만들어 민간의 경제활력을 높여주려는 노력이 더욱 절실해 보입니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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