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업체 티몬이 밤 시간 몰리는 고객 때문에 잠 못 들고 있다. 타임커머스와 상품 큐레이션(제안)을 강화한 결과 자리에 누워 잠들기 전 티몬 앱에서 어떤 특가딜이 있는지 확인하는 고객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전대미문의 공격경영을 펼치는 쿠팡, G마켓 등 이커머스의 기존 강자 사이에서 어려움을 겪던 티몬이 이를 계기로 업계에서 확실하게 자리를 잡고 흑자까지 달성할지 관심이 모인다.
티몬은 지난달 매출을 시간대별로 분석한 결과 오후 10시부터 자정까지 발생한 비중이 전체의 10.9%를, 자정부터 새벽 2시까지의 비중이 12.0%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13일 밝혔다. 대부분 사람들이 잠자리에 들어 잠들기 전까지의 시간인 오후 10시~새벽2시 사이에 전체 거래의 22.9%가 집중되는 것이다. 이는 티몬의 또 다른 ‘황금시간대’인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의 매출 비중(22.8%)을 근소하게 앞선 것이기도 하다.
티몬 측은 ‘밤 손님’이 늘어나는 현상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둘러보는 재미, 즉 이커머스에서도 백화점의 아이쇼핑이나 홈쇼핑의 시간대별 상품 편성과 같은 전략을 구사해 고객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티몬 관계자는 “소비자들에게 상품을 추천하는 쇼윈도형 쇼핑 형태를 모바일에서 구현해 재미를 전달하려고 노력했다”면서 “그 결과 잠들기 전 티몬 앱을 쓱쓱 넘겨보는 고객 늘었고 이 시간대 매출도 동시에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티몬은 이진원 현재 대표이사를 지난 2018년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영입한 후부터 타임커머스와 큐레이션에 올인하고 있다. 타임커머스란 시간대별로 특가딜을 선보여 고객의 구매를 유도하는 방식인데 이는 큐레이션과도 일맥상통한다. 시간대별로 특가딜을 진행하는 것 자체가 마치 오프라인 매장의 쇼윈도 구성이나 홈쇼핑의 시간대별 상품 편성과 성격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티몬 관계자는 “어떤 특가딜을 앱 최상단에 올릴지를 가장 크게 신경쓴다”면서 “그 결과 소비자들도 티몬에 무슨 특가딜이 떴나 궁금해하기 시작했는데 그들이 집중적으로 궁금증을 푸는 시간대가 바로 침대에 누워 잠들기 전”이라고 설명했다.
티몬이 밤 시간에 운영하는 타임커머스는 디지털타임(오후 10~11시), 패션타임(11~12시), 심야타임(오후 10시~오전 6시), 무한타임(자정 오픈) 등과 매일 정오와 자정에 하는 1212타임 등이 있다. 티몬은 각각 시간에 맞춰 가장 좋은 고객 반응이 예상되는 특가딜을 앱 상단에 올려 판매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다. 특히 이 중에서도 심야 시간(오전 0~2시)에 가장 잘 팔리는 상품군은 패션·뷰티로 전체의 27%를 차지한다. 아침 시간대엔 식품·생활이, 낮 시간대엔 여행·레저·항공 비중이 가장 높은 것을 감안하면 심야 마케팅에 집중함으로써 패션·뷰티 분야가 강화되는 효과도 나타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티몬은 이 같은 타임커머스를 통해 고객 체류시간이 크게 늘어난 데에도 의미를 두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네이버·G마켓·11번가는 검색을 통해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이 많고 쿠팡은 카테고리를 브라우징하는 고객과 검색 고객이 둘 다 많다고 분석하고 있다. 티몬은 스크롤을 통한 보여주기가 중심이어서 앱 방문객 체류 시간이 늘어났다는 것은 큐레이션 전략이 통했다는 것을 뜻한다. 티몬은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오는 3월에는 월 단위 흑자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데이 마케팅 중심인 위메프는 고객 평균 체류시간을 오히려 줄여나가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는 살 것만 딱 사서 나가는 ‘목적형’ 고객을 늘리겠다는 뜻이다. 위메프 관계자는 “쿠팡의 경우 아기 분유 떨어진 엄마처럼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방문하는 고객이 많다”면서 “위메프 역시 장보기와 생필품 고객이 들어와 헤매지 않고 최단시간에 구매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선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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