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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포커스]기업은행 노동추천이사제 거론...행장출근 출구찾나

[기은 경영공백 정상화 어떻게]

노조 대토론회서도 "실리찾자" 주문

법제화 필요없어 합의카드로 부상

투쟁 일변도 노조 이사회 진출땐

과도한 개입으로 경영 난항 우려





‘노동추천이사제’가 기업은행(024110) 정상화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윤종원 기업은행 신임 행장이 지난 3일 노조 저지로 첫 출근이 무산된 후 열흘이 넘도록 본사 출근이 막힌 상황에서 노사 모두 출구전략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윤 행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한 ‘노동이사제’ 도입을 내세워 정상화 합의를 도모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 주목된다. 윤 행장이 청와대 경제수석을 거친 만큼 현 정부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상황인데다 노동이사제와 달리 법제화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는 노동추천이사제의 경우 부담이 적다는 점에서 노조와의 전격적인 합의 카드로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금융권은 물론 재계에서도 노조의 과도한 경영 개입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에서 도입하지 않는 제도를 국책은행이 앞장서서 추진할 경우 적지 않는 파장이 예상된다. 윤 행장의 ‘출근 정상화’ 해법을 찾으려다 노조의 과도한 경영 개입을 키우는 ‘비정상화’를 고착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은행은 13일 서울 을지로 본점에서 노조 대의원을 중심으로 500여명이 참석한 대토론회를 열었다. 윤 행장 임명 이후 노조의 출근 저지 상황을 공유하고 향후 일정을 논의했지만 이 자리에서도 뚜렷한 입장을 결정짓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윤 행장이 임명된 이상 이를 철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실리’를 챙기자는 의견이 상당히 많았다고 토론회 참석자는 전했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장은 법에 따라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결국 법적 절차를 밟아 임기를 시작한 윤 행장을 노조가 끝까지 거부할 수 없다는 점에서 노조의 숙원 사업인 ‘노동추천이사제’가 출구전략으로 부각되고 있다.

윤 행장도 최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노조와 소통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내비치고 있다. 그는 “톱다운(top-down) 방식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하는 혁신을 시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사 문제뿐만 아니라 국책은행 전반에 관한 문제점을 소통을 통해 해소하자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노조도 강경일변도에서 한발 물러서 “윤 행장이 문제가 아니라 임명 절차에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미묘한 입장 변화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노동이사제 전 단계인 노동추천이사제를 도입하더라도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노동이사제를 도입한 독일의 경우 노동계가 직접 나서서 임금 삭감과 감원 등에 나서며 노동개혁에 참여했지만 국내는 노사정 회의체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조차 민주노총이 참여하지 않고 있다. 현재 윤 행장의 출근 저지도 오는 21일 열리는 한국노총 신임 임원선출 정기선거인대회를 의식해 강경노선을 택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만큼 협상보다 ‘투쟁’ 일변도인 노동계가 이사회에 진출할 경우 지나친 경영권 개입으로 의사결정에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런 가운데 기업은행 노조는 최근 수출입은행도 노동추천이사제를 도입하려고 했지만 이사회 진입이 무산된 만큼 확실한 ‘보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가 이사회에 진출해도 행장 선출에는 한계가 있다”며 “청와대가 행장 임명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에 대해 우선 해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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