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이슈로 금융시장이 시끄러운 와중에 의외의 곳에서 변화가 시작됐다. 달러 유동성 조달비용을 나타내는 런던은행 간 금리(LIBOR·리보)와 오버나이트 인덱스스와프(OIS) 간 스프레드가 올해 들어 큰 폭으로 하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금융시장 유동성에 청신호다. 그간 리보금리 하락이 상대적으로 더디게 진행되면서 달러 조달비용은 여전히 높은 상태였다. 그러나 이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노력에 시장이 보답하기 시작했다. 국채를 매입하고 환매조건부채권(RP) 조작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금융시장에 돈이 돌고 있다. 게다가 이란 이슈로 올해 연준이 금리를 쉽게 올리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과거 LIBOR-OIS 스프레드 하락 시 위험자산 선호도가 올라가고 신흥국에서 자금흐름이 개선됐던 점을 감안하면 흥미롭다.
특히 연준 자산이 예상보다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중순 3조7,200억달러를 바닥으로 올해 1월 첫째 주에는 4조1,200억달러까지 10.7%가 늘었다. 일각에서는 연준 자산 1% 증가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1% 상승을 야기했다고 분석할 정도다. 지난해 9월 중순부터 연준 총자산은 약 4,000억달러가 늘어났는데 이 중 단기 국채 매입분이 1,700억달러, 중장기 국채 매입분이 600억달러 정도였고 나머지는 레포 시장 개입을 통한 유동성 공급이었다. 레포 조작은 시중에 하루짜리, 즉 오버나이트 자금을 푸는 조치라 금융시장에 즉각적인 효과를 낸다. 최근 미국 시장이 기업이익 및 경기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에 연준이 레포 시장에서 퇴각한다면 금융시장에 급격한 변동성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이 상황이 오기는 힘들 것 같다. 1월 둘째 주에도 매일 600억~800억달러 상당의 자금이 레포 조작을 통해 공급됐다. 현지에서는 연준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수준까지 지급준비금이 늘어나려면 올해 5월까지는 레포 개입이 지속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리처드 클래리다 연준 부의장도 “연준은 4월까지 계속 단기자금을 투입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이는 당분간 유동성 장세가 좀 더 지속된다는 의미이다.
달러 투기 포지션도 최근 본격적으로 감소하기 시작했다. 이 정도로 하락한 것은 지난 2017년 이후 처음이다. 원·달러 환율이 최근 1,155원선까지 하락했지만 연준이 유동성 공급 기조를 지속할 경우 조금 더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하는 사람이 많다.
문제는 연준의 자산이 지나치게 빠르게 증가하면서 부메랑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유동성은 풀 때는 좋지만 회수할 때는 금융시장에 급격한 변동성이 초래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대한 연준의 대응책·목소리 등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할 것 같다.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는 오는 1월28~29일 양일간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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