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탄력을 받은 가운데 ‘데이터 개방’에 대한 각국의 입장이 서로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자국의 사정에 맞게 데이터 개방도를 정하려는 수 싸움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데이터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산업의 원유’로 떠오른 만큼 각국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을 경우 협상의 난기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중일 FTA 협상 과정에서 디지털 통상 분야가 주요 의제 가운데 하나로 떠올랐다. 각국 간 전자상거래 수출입 활성화와 공인인증서 같은 전자인증서명 절차의 간소화를 통한 전자결제 확대, 데이터 유통 자유화를 두고 논의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가운데 데이터 유통 자유화를 두고 각국의 입장 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나라의 기업이 자국에서 생성된 빅데이터를 활용해 인터넷 서비스를 개발해도 되는지, 나아가 데이터가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의 클라우드 등 데이터 저장장치로 수집될 수 있는지 등을 놓고 이해가 엇갈리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데이터 문호를 크게 넓히자는 입장이다. 일본은 지난해 10월 미국과 디지털 무역협정을 맺었는데, 이는 국경 간 데이터 이전의 자유화는 물론 서버 현지화 금지 등 디지털 통상과 관련해 개방도가 가장 높은 수준이다. 현재 기존 무역질서인 세계무역기구(WTO) 차원에서도 디지털 통상 규범을 마련하기 위한 협상이 벌어지고 있으나, 아무래도 다자 체제인 만큼 각국의 공통 의견을 모으는 데 시일이 걸리고 있다. 일본과 미국은 이 틈을 타 양국 간 디지털 통상 질서를 세계적인 규범으로 만들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반해 중국은 ‘데이터 보호주의’를 내세운 상황이다. 알리바바와 텐센트 같은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을 보유한 중국은 14억명이 넘는 자국 내 인구만으로도 이미 데이터 부국(富國)이다. 따라서 타국 기업이 현지 데이터를 활용하려는 시도를 막는 ‘만리방화벽’을 쳐놓고 세계적인 인터넷 서비스인 구글과 페이스북, 유튜브를 차단한 상황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다른 국가와 비교해도 가장 강력한 수준의 데이터 보호 정책을 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경우 원칙적으로 데이터를 개방해야 한다는 편이나 일본과는 사정이 다르다. 데이터가 산업 발전을 위한 활용 대상인지, 아니면 보호해야 할 개인정보인지 명확하게 정하는 것이 선결 과제이기 때문이다. 데이터 활용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되는 이른바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지난 9일에야 국회를 통과할 정도로 법제화 초기인 만큼 데이터 활용에 대한 내부 입장이 정리됐다고 볼 수준은 아니다. 산업부 관계자는 “디지털 무역 자유화를 선도한다는 한중일 FTA 협상 취지와 국내 데이터 규제 수준 간의 접점을 찾아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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