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이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협상에 대해 미국 일각에서 제기하는 실패론을 일축했다.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 발사를 반복하며 한반도 전쟁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2017년 당시 주한미군사령관을 지낸 브룩스는 19일 자 아사히신문에 게재된 인터뷰에서 미국의 전문가들 사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진행된 북미 협상이 이미 실패했다는 시각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그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북한이 벼랑 끝 외교를 펼치던 2017년 당시와 다르게 북미 당국자 간의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존재한다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화의 길을 막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아사히의 인터뷰에 응한 브룩스 전 사령관은 정체 상태인 북미 협상을 진전시킬 방안으로 “북미 정치지도자 차원에서 서로에 대한 경의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북미 간 실무협의가 진전될 수 있도록 북한에 정당한 압박을 가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김 위원장의 언동에 과잉 반응해서도 안 된다며 지금은 군사적으로 긴장을 고조시킬 상황이 아니라는 견해를 밝혔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2017년 당시의 미북 간 대치 상황에 대해 북한의 오판으로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며 북미가 앞으로도 대화 노선을 계속 견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2017년부터 2018년 초는 한미 합동군사연습 때 미군 3만4,000명이 한국에 집결하고 한국군 62만명도 함께 즉각적인 대응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면서 “우리는 당시 모든 군사행동의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선제공격이나 단독공격이 실제로 필요한지 여부를 떠나 두 선택지를 함께 검토해야 할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당시의 전쟁 발발 가능성에 대해 “2018년 2월 한국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리기 때문에 많은 나라가 관심을 보였고, 각국 대사들이 물어올 때마다 ‘우리 목적은 전쟁이 아니고 김정은 위원장의 생각을 바꾸어 외교적 노선을 정착시키는 것’이라고 하면서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오판으로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솔직히 말해줬다”며 전쟁에 매우 가까운 상황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또 당시 미국 정부와 상원 등에서 한국과 일본에 있는 미국 시민 수십만 명의 조기 대피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고, 트럼프 대통령도 같은 생각을 했지만 북한에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노력을 계속하는 차원에서 조기 대피를 단행할 때가 아니라고 판단해 자신이 조기 대피에 반대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미국 시민의 조기 대피가 북한에 ‘개전 준비를 하고 있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주어 상황 오판으로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김 위원장이 결국 대화 노선으로 돌아선 것에 대해 “한미 합동군사연습을 평창올림픽 뒤로 미룬 것이 북미 대화의 문이 열리는 계기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작년 말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의 일시 정지에 얽매이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에 대해선 반드시 핵실험이나 ICBM 발사의 재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미국과의 대화를 진전시키기 위한 압박 카드를 내민 것으로 분석했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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