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은 국내에 기반이 전무하다시피 한 백화점과 호텔 사업의 기초를 닦았다. 회의적인 시각과 임직원들의 만류에도 그는 미래를 내다보며 뚝심 있게 사업을 추진했다. 신 명예회장의 이 같은 경영 스타일은 어록에도 묻어났다. ‘제2롯데월드타워’ 건설에 회의적인 임원들에게 신 명예회장은 “외국 관광객들에게 언제까지나 고궁만 보여줄 수는 없지 않습니까”라며 롯데월드타워를 밀어붙였다. 그는 “상품 수출을 통한 외화 획득 못지않게 관광·레저 산업도 외화 획득의 중요한 재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뚝심으로 추진된 ‘롯데월드타워’는 국내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거듭났다.
서울 잠실에 백화점, 호텔 1번가, 롯데마트, 테마파크를 아우르는 거대한 콤플렉스를 조성하는 계획도 신 명예회장의 안목에서 시작됐다. ‘상권은 창조하는 것’이라는 신 명예회장의 생각은 적중했고 잠실사거리는 교통체증을 유발할 정도로 상권이 발달했다. 신 명예회장의 ‘관광보국(觀光報國)’이라는 신념은 롯데 경영의 기반이다. 관광을 통해 국력을 키우고 자원을 개발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한국의 장래를 깊이 생각했다. 부존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는 기필코 관광입국을 이뤄야 한다는 게 나의 신념”이라고 설명했다.
신 명예회장은 “잘하지도 못하는 분야에서 빚을 얻어 사업을 방만하게 해서는 안 된다. 잘 알고,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미래 사업계획을 강구해 신규 사업 기회를 선점해야 한다”는 게 평소 지론이었다. 협력업체와의 상생도 신경 썼다. “적어도 롯데와 거래하면 손해를 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었다.
신 명예회장은 회사 이름 ‘롯데’를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나오는 여주인공 ‘샤롯데’에서 따서 지었다. 한때 작가의 꿈을 키우기도 했던 신 명예회장이 롯데가 샤롯데처럼 사랑받는 기업이 되기를 바랐던 것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한동희기자 dwis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