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단행된 삼성전자(005930) 사장단 인사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IM(IT·모바일) 부문 무선사업부장에 발탁된 노태문 사장이다. 삼성전자는 기존 고동진 IM부문장 사장이 겸임하던 무선사업부장 자리를 떼어내 52세의 ‘젊은 피’ 노 사장에게 맡겼다. 올해 본격적으로 개화할 5세대(5G) 이동통신과 폴더플폰 시장에서 젊고 참신한 감각으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 초격차를 유지하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자리가 교체된 것은 4년 만이다. 삼성전자 IM 부문은 스마트폰·PC 사업을 담당하는 무선사업부와 통신장비 사업을 담당하는 네트워크사업부로 구성된다. 고 사장은 IM부문장으로서 앞으로 미래 먹거리 발굴과 후진 양성에 집중할 계획이다.
시장의 관심은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새 사령탑이 된 노 사장이 모바일 전략에 어떤 변화를 줄지에 쏠린다. 노 사장은 안으로는 갤럭시 폴드 등 폴더블폰 폼팩터 혁신을 이끌어야 하고 밖으로는 화웨이 등 중국 업체들의 추격을 따돌려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특히 노 사장은 1968년생으로 삼성전자 사장단 중 가장 젊은 나이일 뿐만 아니라 매년 초고속 승진을 거듭해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노 사장은 갤럭시 신화를 일군 스마트폰 개발 전문가로 모바일 사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 주역”이라며 “젊은 리더로서 참신한 전략을 제시하고 조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노 사장은 스마트폰 사업의 새 사령탑으로 5G폰과 폴더블폰 혁신을 이끌어야 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세계 첫 5G폰인 갤럭시 S10 5G와 첫 폴더블폰인 갤럭시 폴드를 성공적으로 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걸음 나아가 올해는 5G와 폴더블을 대중화시켜 1위 자리를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다음달 11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갤럭시 S20과 폴더블폰 갤럭시Z플립(가칭) 공개 행사가 노 사장의 데뷔 무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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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등 갈수록 치열해지는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에도 대비해야 한다.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자국 시장과 유럽 등을 기반으로 성장을 이어나가고 있다. 전 세계 2위 스마트폰 기업이지만 최근에는 5G폰을 삼성전자보다 더 많이 판매했다며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무선사업부와 함께 IM 부문을 구성하고 있는 네트워크사업부도 전경훈 네트워크사업부장이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며 힘을 받았다. 5G 상용화를 계기로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한 공이 인정된 것으로 보인다. 네트워크사업부는 지난 2018년까지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에서 한자릿수 점유율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3·4분기 5G 장비에서만 점유율을 23%까지 높였다. 최근 미국 망 설계 전문업체 ‘텔레월드솔루션즈’를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 전략으로 5G 장비 시장 1위(30%) 업체인 화웨이와의 격차를 좁혀나갈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018년 말 네트워크사업부장으로 부임한 후 사업 경쟁력을 강화해왔으며 이번 승진을 통해 주력 사업으로의 도약 기반을 마련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에서 김기남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장 부회장, 김현석 CE(소비자가전)부문장 사장, 고동진 IM(IT·모바일)부문장 사장 등 대표이사 3명은 지난해에 이어 유임시켰다.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의 재판이 진행 중이고 미중 무역분쟁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사업 전반적으로 안정을 유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기남 부회장은 올해 반등이 예상되는 반도체 시장에서 점유율과 수익성을 확대하고 오는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에 오른다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까지 14년 연속 전 세계 TV 시장 1위 자리를 지킨 김현석 사장은 올해 대중화할 8K TV 시장 선점과 마이크로 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개발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인사에서 대표이사 3명이 모두 겸직을 떼어낸 점도 눈에 띈다. 김기남 부회장은 겸임했던 종합기술원장 자리를 황성우 신임 사장에게 물려줬고 고동진 사장이 겸임했던 무선사업부장에는 노태문 사장이 선임됐다. 김현석 사장도 그간 겸임했던 생활가전사업부장을 떼어냈다. 생활가전사업부장은 후속 임원 인사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대표이사들이 겸직을 뗀 것은 큰 틀에서 각 부문과 사업부 간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전사 차원의 신기술·신사업 등 미래 먹거리 발굴에 더욱 전념해달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권경원·이재용기자 na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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