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팜한농은 다음달 14일 최대 1,100억원 규모의 공모 회사채를 발행한다. 다음달 7일쯤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통해 시장의 투심도 가늠한다. 만기는 3년물과 5년물로 나눴다.
팜한농은 지난 1953년 설립된 한국농약이 전신이다. 2010년 동부하이텍 농업 부문의 물적분할을 통해 설립됐으며 LG화학이 2016년 인수했다.
당시 신규 사업 투자 손실과 그룹 이슈 등으로 실적 부진을 겪던 팜한농은 LG화학 인수 직후 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등을 진행하며 재무구조가 크게 좋아졌다. 2014년 말 6,408억원에 육박하던 팜한농의 총차입금은 2018년 말 3,698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이후에도 2017년 2월과 2018년 3월 두 차례 LG화학의 지급보증을 통해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을 마련해왔다. 아직 재무구조가 튼튼하지 않아 회사채 발행도 모회사의 도움을 받았던 것이다.
이번 팜한농의 회사채 발행은 LG화학에 인수된 뒤 3년 만에 독자적으로 자금조달을 하는 셈이다. 효과도 있다. 당장 조달 금리가 낮아진다. LG화학이 지급보증을 서면 AA등급으로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지만 수수료가 붙어 시장금리 대비 약 5~7bp(1bp=0.01%포인트) 더 높아진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팜한농의 기업신용등급을 ‘A0’으로 평가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기업의 회사채는 기업신용등급과 같이 가기 때문에 팜한농의 채권 역시 A0 등급으로 발행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 대상·오일허브코리아여수·한화 등 A급 기업들이 회사채 시장에서 수요를 확보한 것을 감안하면 무리 없이 발행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화학업황이 다운사이클에 접어들며 재무부담이 가중된 모그룹의 도움을 기대하기 어려워지면서 독립적으로 회사채 발행을 추진한다는 분석도 있다. 실적이 쪼그라든 한편 시설투자(케펙스)와 배당 부담이 커진 LG화학 측에서 지급보증에 따른 우발채무 리스크를 추가로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얘기다./김민경기자 mk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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