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부터 임금님 수라상에 오르던 귀한 몸이었지만 최근 한우에 밀리며 체면을 구겼던 굴비가 옛 명성을 되찾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유의 비린내를 잡고 간편식으로 트렌디하게 변신을 하자 고꾸라졌던 판매량이 상승세로 돌아서기 시작한 것이다.
21일 이마트(139480)에 따르면 올해 설 선물세트 사전 예약 판매기간(12월5~1월13일) 동안 굴비세트의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 가량 늘어났다.
굴비세트의 매출은 작년 설까지 최근 2년간 매년 20%가량 역신장하면서 굴욕을 겪어왔다. 특유의 비린내와 저염식을 찾는 젊은 층들로부터 외면을 받은 결과였다. 그러나 최근 굴비의 단점을 보완한 다양한 신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때 90%에서 60%대로 고꾸라졌던 굴비의 매출 비중(전체 수산세트 대비)도 지난해 추석부터 70%대를 회복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상품은 연잎과 누룩장 등으로 굴비의 비린내를 잡은 것이다. 이마트가 선보인 ‘연잎 굴비 세트’는 연잎 향이 굴비 특유의 비린내를 잡아주어 큰 냄새 없이 조리할 수 있다. 현대백화점은 일반 소금이 아닌 쌀과 천일염 등으로 자연 발효시킨 누룩장으로 염장한 굴비를 내놓았다. 일반 굴비와 비교해 염분이 적고 비린내가 덜 나는 상품으로 올해 선보인 200세트도 완판이 확정적이다.
간편식과 소포장으로 변신을 꾀한 것도 2030 세대 공략에 적중했다. 이마트의 ‘찐 부세 굴비 세트’는 이미 초벌이 된 상태라 데우기만 하면 되고, 고추장 굴비와 굴비 채로 구성된 ‘굴비한상 세트’는 특별한 조리 없이 바로 먹을 수 있다.
과거 ‘두름(20마리)’ 단위로 엮어 팔던 굴비를 5마리까지 소포장한 상품도 인기다. 이마트는 올해 설부터 기본 선물용 굴비세트를 10미로 줄였으며 5미 세트까지 출시했다. 또 끈으로 묶지 않고 팩으로 포장한 굴비도 내놨다. 엮는 비용을 절감해 가격을 20% 낮춘 팩 굴비는 지난해 20억원 이상을 매출을 올렸다.
현대백화점도 올해 설에 진공포장 굴비 물량을 작년 설 대비 세 배 가량 늘렸다. 10마리 세트 상품을 한 마리씩 낱개 포장한 것으로 4,000개 물량 중 3,100개가 한 달 만에 소진됐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