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의 특약매입 지침 시행 후 처음 치러져 관심을 모은 올해 첫 백화점 세일 행사가 소비자의 주목도가 현저히 떨어진 가운데서도 매출은 전년 보다 큰 폭으로 성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업체의 자발적 참여, 직매입 위주, 증정품 행사 등으로 진행된 조용한 세일에도 불구하고 고가 명품과 생활용품이 매출을 견인해 실속을 차렸다는 평가다. 통상 2월이었던 설 선물 판매가 1월도 앞당겨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21일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이달 2~19일까지 18일간 신년 정기세일을 벌인 결과 롯데백화점은 14.2%의 매출 신장을, 현대와 신세계는 각각 15.2%와 17.2%의 고신장을 달성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엔 설이 2월에 있던 것과는 달리 올해는 설이 1월에 있다. 설 선물세트 판매가 세일 기간 매출에 포함돼 이 기간 매출이 지난해 대비 성장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전적으로 그런 건 아니다. 식품 외 카테고리도 고르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롯데의 경우 해외패션 32.0%, 생활가전 12.8%, 식품리빙 32.1%, 잡화 12.4% 등 고가 의류와 생활용품 중심으로 크게 증가했다. 신세계 또한 경우 이번 세일 여성복과 남성복 매출이 지난해 대비 각각 0.9%, 5.9% 성장했고 스포츠는 16.1%, 아웃도어 5.7%, 아동 10.4%의 매출 신장을 기록하는 등 비(非) 식품 분야 매출 증가가 눈에 띄었다. 생활은 전체 신장률인 17.2%를 상회하는 20.0%의 고성장을 달성했다.
이번 세일은 백화점과 입점업체의 공동판촉행사일 경우 세일에 들어가는 비용을 백화점이 절반 이상 내도록 하는 ‘특약매입 심사지침’ 시행 이후 처음으로 연 행사다. 백화점 업계는 비용 부담을 피하기 위해 공동판촉이 아닌 업체가 100% 자발적으로 세일 참여 여부와 할인 폭을 결정하도록 이번 세일을 기획했다. 때문에 과거처럼 화려한 세일이 아닌 ‘밋밋한’ 행사가 돼버린 면이 있어 소비자 주목도가 더욱 낮았다. 그런 가운데서도 매출 성장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조용한 대박’이란 분석이 나온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와 이커머스가 상시 최저가 정책을 펴고 있어 백화점 세일의 파급력과 화제성이 떨어진 게 사실”이라면서 “이런 가운데서도 이번 세일 매출이 지난해 대비 대폭 성장한 것은 구매력 있는 계층이 소비 심리가 활발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롯데백화점 측은 “해외패션과 생활가전 매출이 큰 폭으로 신장했다”면서 “잡화의 경우도 럭셔리 화장품 수요가 커져 샤넬 등 브랜드들이 제품 라인업을 늘림에 따라 실적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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