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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현대차도 디지털세 과세 사정권…인력부족에 목소리 못내

■韓 디지털세 담당자 고작 3명

美·日·獨 전담조직·전문인력 확충

韓은 소규모 팀으로 소극적 대응

디지털세 전쟁서 주도권 뺏길수도

글로벌 디지털세(稅) 논의는 국제조세 분야의 ‘우루과이라운드’에 비견된다. 세계무역기구(WTO) 체계 출범으로 국제통상질서가 새롭게 탄생했던 우루과이라운드 타결에 버금갈 정도로 국제조세 판을 뒤흔드는 파급효과를 지녔다는 의미다. 미국·독일·일본 등 주요국이 전담조직 확충과 전문인력 보강을 통해 발 벗고 조직적인 대응에 나선 것과 달리 한국은 적극적 대응에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구글세가 소비재 기업까지 불똥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주도하는 디지털세 논의의 핵심은 이른바 통합접근법이다. 구글·페이스북 등 정보기술(IT) 기업뿐 아니라 스마트폰·자동차 등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다국적 제조 기업들도 디지털세 과세 대상으로 보는 것이다. 최종 제품이 소비돼 매출이 발생하는 국가가 과세권을 가져가야 한다는 소위 ‘소비지국 과세권 강화’ 논리다. 이렇게 되면 한국의 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 주요 대기업이 디지털세 부과 대상이 된다. 미국의 자국 기업 보호 논리로 IT 기업이 타깃이 됐던 디지털세의 논의 흐름이 전환된 것이다. ‘구글세’ 논의가 ‘삼성세’ 논의로 옮겨붙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제조세 분야의 한 전문가는 “자칫 국내에 내는 삼성의 법인세가 해외로 분산돼 전체 세수가 타격을 입고 우리 제조 기업은 기업대로 총부담세액이 늘어나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흘러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처럼 힘의 논리로 국제조세의 판을 뒤흔드는 디지털세 논의에서 한국이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조적 여건을 갖췄느냐다. 디지털세 논의는 사실상 주요7개국(G7)이 주도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주도로 미국의 IT 기업이 타깃이 됐다가 미국이 이에 반발하면서 미국과 EU의 전면전 구도가 형성됐다. 여기에 최근 중국마저 미국 입장에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IT 기업에 대해서만 디지털세가 부과될 경우 알리바바나 텐센트 등 자국 간판기업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고 전했다.



디지털세 전쟁인데 목소리 못 내는 韓

주요국 틈바구니에서 한국은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핵심논의가 주요국 중심으로 돌아가는데다 정부의 세제실 인력이 글로벌 디지털세 논의에 적극 뛰어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최근 고광효 기획재정부 세제실 소득법인세정책관(국장급)이 OECD 재정위원회(CFA) 이사회 이사로 선임되면서 주요국 논의에 우리 목소리를 전달할 언로가 생긴 점은 다행이라는 평가다. CFA 이사회는 OECD 내에서 조세정책 관련 방향성을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다만 고 국장이 CFA 이사회 이사가 됐다지만 그는 국제조세뿐 아니라 국내 소득세·법인세·금융세제까지 관할하고 있어 매달 열리는 OECD 회의 참석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6~8월에 OECD 작업반 회의가 집중되지만 그때는 국내적으로 1년에 한 번 이뤄지는 세제개편 작업이 한창인 때”라며 “세제실 직원이 OECD 회의에 꾸준히 참석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실무 대응인력도 서기관을 팀장으로 하는 팀 단위 3명에 불과하다.



정부 내에서는 인력 부족으로 소극적으로 대응해 불거졌던 지난 2017년 ‘EU 블랙리스트’ 사태를 떠올리기도 한다. 당시 EU가 OECD와는 별개의 잣대를 들이대 우리나라를 조세 분야 비협조지역(조세회피국)으로 지정하면서 문제가 됐다. 정부가 뒤늦게 움직여 리스트에서 최종적으로 제외되기는 했지만 국가평판도를 저하시켰다는 자성이 내부에서 나오기도 했다.

전문성 필수인데 1년마다 순환보직

국제조세 전문성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은 환경이다. OECD 같은 다자간 협의체에서는 비슷한 상황에 처한 다른 국가와 연합전선을 펼쳐야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데 한국 담당자들은 1년마다 인사이동으로 자리를 옮겨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슈를 주도하기는커녕 사람이 바뀔 때마다 과거에 논의된 내용을 학습하는 수준에 그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국제조세 업무 전담인력 확충뿐 아니라 담당 과를 국 단위로 승격시키지 않으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회의만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상주하면서 사람을 계속 만나야 한다”며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은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유럽과 또 다른 입장이기 때문에 비슷한 위치에 놓인 국가와 연합전선을 펼쳐야 하지만 이런 부분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조지원·나윤석·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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