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한수원에 따르면 이 기관은 지난달 26일 이사회를 개최해 직무급 중심으로 보수체계를 개편하는 내용의 안건을 의결했다. 이를 위한 첫 작업으로 이번 연도 임금 인상 재원을 활용한 직무급 관련 등급 구체화 작업에 착수하고 직무평가급을 신설하기로 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다음 달부터 3직급 이상 대상자에 우선해 직무평가를 실시하고 즉시 급여에 반영할 예정이며 4직급부터는 노사 합의를 거쳐 순차적으로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서발전 노사도 최근 일반 사무직에 해당하는 4직급에 대해서는 ‘직무 가산급제’를 도입하고, 현장 기술직인 6직급에는 ‘승급형 직무급’을 신설하는 내용의 직무급제 도입안을 협의하고 있다. 동서발전 관계자는 “노사 합의를 거쳐 순차적으로 직무급제를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공공기관이 직무급제 도입을 결정하면서 다른 기관에도 이 같은 분위기가 확산할지 주목된다. 한수원은 지난해 3·4분기 현재 전일제 근무자 기준 1만2,585명이며, 동서발전도 직원이 2,576명이나 된다. 앞서 지난해 7월 임직원 수 434명인 석유관리원을 시작으로 새만금개발공사, 산림복지진흥원, 재정정보원 등 규모가 작거나 신설 공공기관이 직무급제를 도입해왔지만, 지난 9일 직원이 1,253명인 코트라가 ‘호봉제 폐지 및 직무급제 도입’을 결정하면서 대형 공공기관에도 직무급제 도입 바람이 부는 것이다.
기본급 지급 방식을 호봉제에서 직무급으로 전환하는 직무급제는 현재 맡은 직무의 성격·난도·책임 강도를 평가해 합당한 보수를 주는 제도다. 정부는 단순 업무라도 근무기간만 길면 높은 보수를 받는 기존 ‘철밥통’ 관행을 깨고 조직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며 공공부문에 직무급을 도입하도록 유도해왔다.
정부는 직무급제 도입이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에 ‘경영평가’ 카드까지 꺼내 공공기관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공공기관에서조차 노사 대립이 극심해 원활하게 추진이 될지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코트라가 도입한 직무급제는 연공성을 일부 유지하는 ‘역할직무제’의 형식을 띄고 있다. /세종=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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