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인 ‘우한 폐렴’ 확진 환자와 사망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미국에 이어 중남미와 러시아 등 아시아 이외의 지역에서도 의심 환자가 나오면서 전 세계 방역·교통당국이 사실상 ‘전시 상황’에 맞먹는 검역에 나서고 있다.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가 23일 사상 초유의 도시 봉쇄에 나서고 인근 황강시도 24일 0시부터 철도·버스 운행을 중단한 가운데 포드·혼다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도 현지 출장 금지령을 내리는 등 만반의 대비를 하고 있다. 베트남과 북한 등 중국 접경국들은 우한 폐렴 검역을 강화하거나 외부인 입국을 강하게 통제하고 나서는 등 초긴장 모드다.
23일 중국 본토와 특별행정구의 확진자가 616명으로 늘고 이 중 17명이 사망한 가운데 브라질·멕시코 등 중남미 국가에서도 의심 환자들이 잇따르면서 각국이 공항 검역 강화에 나섰다. 중국 관영매체에 따르면 우한시는 이날 오전10시(현지시각)를 기해 대중교통 운영을 전면 중단하면서 우한시 내 거주자들의 이동이 사실상 통제됐다. 우한 시민뿐 아니라 현지 거주 중인 유학생 300여명 등 한국인 1,000여명도 발이 묶인 셈이다.
발원지인 중국뿐 아니라 국제사회도 초비상이다. 22일(현지시간) 브라질 남동부 미나스제라이스 주도(州都)인 벨루오리존치에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의심 환자가 처음 보고됐다. 브라질 보건부는 긴급조치를 발령해 전국의 항구와 공항, 내륙 국경 지역에서 검역조치를 강화했다. 멕시코 정부도 이날 우한 폐렴 의심 환자 1명을 관찰 중이라면서 전국 공항에 검역 수준을 높이고 중국에서의 입국자들을 주시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12월31일부터 200여개에 달하는 러시아 전역의 모든 국경 출입국관리소의 위생검역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타스통신은 22일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2명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 의심돼 입원 검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과 국경을 접한 베트남·라오스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검역을 대폭 강화했다. 베트남은 모든 국제공항에 열상 스캐너를 설치하고 입국 승객의 발열 여부 등을 면밀히 살피고 있으며 라오스도 공항과 국경 검역을 한층 강화했다.
캐나다도 퀘벡주에서 22일 의심 환자 5명이 입원함에 따라 중국 직항편을 운항하는 밴쿠버·토론토·몬트리올 등 3대 국제공항에 검역 요원을 배치해 입국 승객을 대상으로 현장 검사를 하고 있다. 지난 21일 아시아 이외 지역에서 처음으로 확진 환자가 나온 미국은 뉴욕과 로스앤젤레스(LA), 샌프란시스코 3개 공항에서 실시하던 중국 여행객 검역 활동을 애틀랜타 하츠필드잭슨 국제공항과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우한 폐렴이 갈수록 확산되자 글로벌 기업들도 직원들의 중국 우한 방문을 제한하거나 우한에서 업무를 하는 직원들에게 마스크나 손 소독 티슈 등을 배포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22일 미국 CNBC 방송 등에 따르면 미국 포드자동차와 제너럴모터스(GM), 글로벌 금융사인 골드만삭스와 HSBC 등은 직원들의 우한 방문을 제한했다. 포드자동차는 “모든 우한행 출장을 일단 중단시켰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23일 혼다가 전 세계 사원들의 우한시 출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고 보도했다. 우한과 일본 나리타공항을 잇는 전일본공수(ANA) 항공편도 결항한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는 22~23일 긴급 위원회를 소집해 우한 폐렴의 국제적인 비상사태 선포 여부를 논의하고 국제사회에 교역과 여행 시 강력한 주의와 경계를 당부했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비상사태 선포에 대해 “그 결정은 내가 매우 심각하게 고려하는 것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했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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