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현 정권 수사 지휘 간부들을 대거 교체한 인사안을 두고 대한변호사협회가 별다른 논평도 없이 “변협 선정 우수 검사 중용을 환영한다”는 입장만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변호사단체까지 정권의 도구로 전락한 게 아니냐”는 등 격한 반응도 나왔다.
대한변협은 23일 법무부가 검찰 중간인사 간부·평검사 인사를 단행한 직후 “변협 선정 우수 검사들을 적극 중용한 법무부의 2020년 상반기 검사 인사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변협은 “법무부가 수사·공판 과정에서 국민의 인권보장과 변론권 확대를 위해 노력한 것으로 평가받은 변협 선정 우수 검사들을 대거 중용했다”며 “변협의 검사 평가 결과를 적극 반영한 이번 검찰 인사를 지지하고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날 법무부는 변협이 2018년 우수 검사로 선정한 최혜경 검사 등 4명과 2019년 우수검사로 선정한 남상오 검사 등 4명을 희망지로 보임시켰다. 변협은 지난해 12월 우수 검사들을 인사에 반영해 달라고 법무부에 의견을 전달한 바 있다. 추 장관은 지난 16일 변협 선정 2019년 우수 검사 20명 중 14명과 정부과천청사 구내식당에서 따로 오찬을 갖기도 했다.
다만 상당수 법조인들은 이번 검찰 인사가 문재인 정권 수사 라인 붕괴 가능성 등과 맞물려 논란을 빚는 가운데 변협이 이런 논평을 내놓는 게 적절했는지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법원, 검찰과 함께 ‘법조삼륜’으로 꼽히는 변호사들의 대표 단체조차 이번 인사에 별다른 지적도 없이 “우리 입장이 반영돼 환영한다”는 평가만 앞세우는 게 맞느냐는 의견이었다.
보수 성향 변호사단체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은 이날 성명을 내고 “검찰의 흑역사로 기록될 2차 인사대학살과 이를 지지한 대한변협을 규탄한다”며 “인권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을 사명으로 한 3만여 변호사들의 대표 기관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심히 의심스럽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우리의 김정철 대표변호사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무후무한 법치주의의 후퇴를 야기한 이번 인사에 대해 많은 법조인들이 우려와 비판을 내놓고 있음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굳이 이런 보도자료를 낸 것은 변협이 회원들의 기구가 아닌 정권의 도구로 전락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변협이 자존심도, 권위도, 회원들을 위한 생각도 모두 버렸고 협회장에게도 크게 실망했다”고 비판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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