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올해 말까지 폐지하기로 했던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특히 중국산 배터리 업체에 대한 혜택이 강화돼 중국 시장 확대를 노리는 국내 배터리 업계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먀오웨이 중국 공업정보화부(공신부) 공업부장은 지난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자동차 소비 촉진을 위한 정책 조치를 연구하고 신에너지차(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추가 검토하겠다”며 “올해 보조금 지급이 다소 완화되도록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먀오 부장이 최근 전기차 포럼에서 “오는 7월 전기차(NEV) 보조금을 깎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데서 한 단계 더 나아간 발언이다. 올해 말 폐지가 예정된 중국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 연장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 같은 발언은 중국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을 축소하며 전기차 판매가 급감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현지 외신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중국 정부의 보조금 축소 이후 중국 내 전기차 판매량은 6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 전기차 판매대수도 120만6,000대로 2018년 대비 4% 줄었다. 중국 전기차 연간 판매량이 감소한 것은 10년 만에 처음이다.
전기차 판매가 급감하며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했다. 중국 내 3위 배터리 업체였던 옵티멈나노에너지가 유동성 위기로 생산을 중단했고 난징인롱뉴에너지는 생산설비를 압류당하기도 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중국 내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사용량은 전년 대비 33.1% 감소한 6.3GWh를 기록했다.
중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 이후 중소 배터리 업체의 구조조정을 기대했던 국내 배터리 업체로서는 난감한 상황이 됐다. 최근 중국 정부가 2017년 1월 이후 처음으로 LG화학(051910)·SK이노베이션(096770) 배터리 탑재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기는 했지만 보조금이 폐지돼야 중국 배터리 업체들과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보조금 폐지 시대’에 대비해 중국 내 배터리 공장을 지어 양산에 들어간 상태다.
유럽 등 중국 외 시장에서 국내외 배터리 업체들의 경쟁은 한층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최근 CATL 등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해외 시장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CATL은 독일에 2억4,000만유로(약 3,100억원)를 들여 공장을 짓는 한편 북미 지역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 배터리 스타트업인 SVOLT는 유럽에 20억유로(약 2조5,900억원)를 투자해 배터리 공장 및 연구센터를 건설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오랫동안 중국 정부의 불리한 규제를 받아온 만큼 큰 타격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배터리 업계의 한 관계자는 “워낙 중국 정부의 정책을 예측하기 어려운데다 이미 보조금이 많이 줄어든 만큼 국내 업체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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