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원인이 제조사 결함으로 굳어졌다. 제조 공정에 문제가 있어 불량품이 나올 수 있고 정상 제품이라 하더라도 내구성이 부족해 불이 날 수 있다는 것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민·관 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 위원회는 최근 화재 원인을 배터리 결함으로 결론지었다. ESS는 날씨에 따라 발전량 차이가 큰 태양광·풍력발전에서 생산한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내보내는 장치다. 잇따른 ESS 화재로 정부는 조사위를 구성해 지난해 6월 사고 원인과 대책을 발표했지만, 이후 화재 5건이 추가로 발생하자 2차 조사위를 꾸려 원인을 조사해왔다. 조사위는 최종 회의를 거쳐 이 같은 결과를 이르면 다음 주 중 발표할 계획이다.
조사위는 5건에 대해 화재 원인을 각각 적시할 예정이다. 이 중 베터리 결함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은 두 건이다. 조사위는 우선 제조 공정 자체에 문제가 있어 불량 제품이 나올 수 있다고 봤다. 이번 조사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충전 시 특정 셀에서 이상 고온 현상을 확인했다”며 “기기에 결함이 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문제는 내구성이다. 조사위는 업체가 정상 제품을 만들었다 한들 내구성이 떨어지는 탓에 화재가 날 수 있다고 봤다. ESS 사업자들은 전기를 최대한 충전하고 방전하는 방식으로 수익성을 극대화하는데, 불량 제품이 아니더라도 이를 견디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추가 화재를 막기 위해선 충전율을 제한하는 안전 규정이 필요할 것”이라며 “조사위와 별도로 운영되고 있는 ESS 안전관리위원회에서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제조업체는 이 같은 결론에 반발해 소명에 나섰으나 조사위는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조사 초창기 화재 원인으로 지목됐던 젤리롤(배터리 셀의 기본 단위) 이슈에 대해선 업체의 입장을 수용했다. 당초 조사위는 화재 현장에서 수거한 배터리를 조사한 결과 4개가 탑재돼야 할 젤리롤이 3개만 장착돼 제조 공정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하지만 업체와 추가 조사에 나선 결과 젤리롤이 정상 탑재됐으며 화재로 한 개가 소실된 것으로 결론지었다.
/세종=김우보기자·박효정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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