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과 군청들은 오는 7월 장기 미집행 도로용지 해제 이후 토지주들이 소유권을 주장할 가능성에 대비해 준용도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준용도로는 도로법으로 관리할 수 있는 도로다. 구청이 준용도로로 지정할 경우 토지 소유주들은 해당 부지에서 건축행위를 할 수 없다. 현재 도로로 사용되고 있는 사유지의 재산권에 일정 부분 제한을 두는 것이다. 이 경우 차량 통행이나 보행 등을 막을 수 없다.
일부 구는 7월 이전에 우선 설계비 예산만 확보해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으로 장기 미집행 도로용지가 풀리는 것을 막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인천시 중구가 대표적이다. 설계비만 확보되면 일단 7월에 장기 미집행 도로용지가 해제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앞으로 5년 동안 도시계획시설로 연장이 되는 만큼 이 방안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구청과 군청들이 준용도로 지정이나 설계비만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편법을 사용하는 것은 사유지가 포함된 현황도로 부지가 도시계획시설에서 해제될 경우 토지 소유자들이 소유권을 주장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해제 이후 도시계획시설로 재지정할 경우 과거와 달리 예산에 대한 의회의 승인과 함께 예산 계획서까지 수반해야 해 재지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황도로가 포함된 도시계획시설이 해제될 경우 계속 도로로 사용할 수 있도록 준용도로 지정을 검토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준용도로 지정이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다. 또 다른 소송의 불씨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한 구청의 부구청장은 “서울 지역의 상당히 많은 구청이 도로로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현황도로지만 예산 부족으로 토지 보상과 포장, 확장공사 등을 할 수 없어 준용도로 카드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며 “하지만 준용도로로 지정하면 또 다른 소송전으로 번질 수 있어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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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준용도로로 지정하면 구청장이 도로로 간주하는 것인 만큼 현황도로가 있는 토지 소유자들이 해당 구청에 토지 매입요청을 위한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법원이 “구청장이 도로로 인정한 만큼 토지를 매입하라”고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토지 소유주는 수십 년 동안 도시계획시설 지정으로 사유재산권을 침해당했고 국토의 이용 및 계획에 관한 법률 개정 취지가 사유재산권 침해가 과도하다고 판단해 20년이 지난 미집행 시설을 해제하도록 한 상황에서 도로법을 통해 준용도로로 지정할 경우 또 다른 헌법 소원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또 준용도로 지정 이후 굴착 행위 등이 발생할 경우 행위자는 토지 소유자가 아닌 구청에 비용을 지불해야 해 소유자와 구청 간의 잦은 마찰과 소송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
또 다른 구청의 한 관계자는 “준용도로로 지정한 뒤 통신이나 전기·하수도 공사를 위해 해당 도로 내에서 굴착 행위가 이뤄지면 행위자는 구청에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며 “그런데 사유재산이 포함돼 있으면 구청만 이득을 보고 토지 소유자는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준용도로 지정 이후에도 많은 소송이 제기될 수 있지만 구청이 처한 상황을 감안하면 준용도로 지정은 여전히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일선 구청은 설계비 예산만으로도 6월 말까지 시장으로부터 실시계획인가를 받으면 도시계획시설 해제 효력이 5년 연장되는 만큼 중요한 시설(도로)에 한해 실시계획인가를 받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인천 중구청은 해제 대상 시설 71개 전체에 대해 사업비 695억원을 들여 6월 말까지 실시계획인가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인천 중구청의 한 관계자는 ‘인천시로부터 예산 지원을 받아도 350억원 정도의 예산을 앞으로 확보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일단 해제되기 전에 설계비만이라도 반영하면 해제가 5년 연장되는 만큼 예산은 5년 내에 마련하면 된다”며 “일단 실시계획인가를 받아 해제를 막은 뒤 그때 가서 상황에 따라 결정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일단 급한 대로 설계비만 확보하면 5년이라는 시간을 벌 수 있는 만큼 문제 해결의 시간을 늦추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천 중구청이 예산 확보에 실패하면 5년 뒤에는 도시계획시설에서 자동 해제된다. /탐사기획팀=김상용기자 kim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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