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카카오뱅크는 편한데 은행 애플리케이션은 왜 그렇게 못 하느냐’고 묻습니다. 은행이 기술이나 능력이 없어서, 혹은 고리타분해서일까요?”
‘디지털 혁신 선도’를 2년 연속 경영 전략으로 내건 우리은행은 올해 ‘은행 속 은행(Bank in Bank·BIB)’ 디지털금융그룹의 가시적인 성과 창출을 위해 전방위적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취임하자마자 ‘디지털 금융회사로의 전환’을 주문한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디지털 전략에 있어서 만큼은 대대적인 쇄신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전사적인 디지털 혁신과 역량 강화에 집중해왔다.
이런 우리은행의 디지털 드라이브를 실질적으로 이끌어온 인물이 황원철 최고디지털책임자(CDO) 겸 디지털금융그룹장이다. 엔지니어 출신으로 우리은행에 합류한 그는 금융과 기술의 결합뿐만 아니라 수십 년 간 축적돼온 은행의 관행·제도와 은행원의 사고방식을 어떻게 지금의 디지털 금융 환경에 맞게 쇄신할 것인가를 늘 고민한다. 출범 2년 만에 1,000만 고객을 확보한 카카오뱅크에 비해 시중은행 모바일뱅킹 애플리케이션의 고객 경험이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디지털 금융 시대에는 고객이 스스로 정보를 조회하고 예·적금에 가입하는 등 은행 시스템을 직접 조작합니다. 고객은 은행원과 대화하고 시스템 조작은 은행원이 하는 전통적인 영업점과는 반대죠. 이제 은행의 정보기술(IT) 시스템은 은행원이 아닌 일반 고객을 소비자로 생각하고 설계돼야 합니다. 그런데도 은행은 아직 상품이나 IT시스템을 설계·공급할 때 고객의 만족보다 내부 조직의 편의에 맞추는 것이 더 익숙합니다. 소위 말하는 ‘공급자 마인드’가 남아 있어요. 은행원들의 마음가짐과 일하는 방식이 ‘소비자 중심’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황 그룹장은 은행의 모든 직원이 금융 환경의 변화에 따라 소비자 중심 마인드를 갖고 고객경험(CX) 관리를 강화해야 디지털 금융을 선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사람이 직접 제공하던 금융 서비스를 디지털·자동화에 따라 기계가 대체하게 될 때 고객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고객경험 관리가 디지털 금융의 핵심이라고 본다. 단순히 디지털 관련 투자와 인프라를 확충하고 비대면 상품을 늘리는 것뿐 아니라, 비대면으로 각종 금융 서비스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고객 데이터를 분석하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소비자 한 명 한 명의 경험을 극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황 그룹장은 소비자가 은행 서비스를 일상생활 어디서나 접할 수 있도록 은행 업무를 분산해야 한다는 비전도 밝혔다. 지금은 은행 창구나 은행 홈페이지·앱에 들어가야만 할 수 있는 금융 업무를 앞으로는 회사 내부 시스템이나 자동차 전장 시스템, 아파트 월패드에서도 처리할 수 있도록 은행 서비스를 은행으로부터 독립시키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일상생활의 맥락에 맞춰 은행 서비스가 은행 밖으로 분산되고 재조립돼야 한다”며 “이미 기업금융의 영역에서는 고객 기업이 속한 공급망의 전반적인 상황에 맞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망금융’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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