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추락하던 PC용 D램 고정거래 가격이 13개월 만에 반등했다. 메모리반도체 업계의 혹한기가 끝났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따른 업계 영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2월 말 공개되는 D램 고정가격이 올 한 해 반도체 시황을 가늠할 주요 지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31일 시장조사기관인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올 1월 PC용 D램(DDR4 8Gb 기준) 1개당 고정거래 가격은 전월 대비 1.07% 증가한 2.84달러를 기록했다. PC업체들은 반도체 업체들이 지난해 재고 물량을 크게 줄인 만큼 올해 공급 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재고 물량을 선제적으로 늘린 것으로 전해졌다.
D램 1개당 가격은 지난 2018년 11월 7.19달러에서 같은 해 12월 7.25달러로 소폭 상승한 후 13개월간 줄곧 하락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석달간은 D램 1개당 가격이 2.81달러를 기록해 2018년 9월의 8.19달러 대비 3분의1 수준으로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005930)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2018년 44조5,700억원에서 지난해 14조200억원으로 3분의1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SK하이닉스(000660)는 전년 대비 무려 87% 감소한 2조7,127억원의 영업이익을 지난해 기록했다.
1월 낸드플래시(128Gb MLC 기준) 가격은 1개당 4.56달러로 전달 대비 3.17% 상승했다. 낸드플래시 1개당 가격은 지난해 6월 3.93달러를 기록한 후 줄곧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낸드플래시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80%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D램과 달리 인텔 등 6개 업체가 과점하고 있는 형태라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D램 대비 제한적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1년여 만의 D램 가격 반등에도 웃지 못하고 있다. D램 1개당 현물 가격이 지난해 12월 말 3.03달러에서 1월말 3.37달러로 10%가량 껑충 뛰었다는 점에서 보다 가파른 가격 상승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의 확산 여부에 따라 D램 가격이 다시금 하락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PC업체들은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1월 24~30일) 이전에 D램 고정가 협상을 대부분 끝낸 상황이다. 특히 글로벌 반도체 수요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중국 경기가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위축될 경우 D램과 낸드플래시 수요 감소가 불가피하다. 중국 내 메모리반도체 공장 가동 차질로 공급에 문제가 생길 경우 마이크론이나 웨스턴디지털 같은 미국 업체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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