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의 역전패는 없다.’
31일 당선된 이성희 신임 농협중앙회장은 지난 2016년 제23대 선거 때 1차 투표 1위로 결선에 진출했지만 김병원 전 회장에게 역전패한 아픈 경험이 있다. 당시 1차 투표에서 전체 290표 가운데 104표를 얻어 91표에 그친 김 전 회장에게 앞섰지만 결선투표에서 승부가 뒤집히며 고배를 마셨다.
이날 농협중앙회장 선거 1차 투표에서도 이 회장이 82표, 유남영 현 전북 정읍농협 조합장이 69표를 얻어 1·2위로 나란히 결선투표에 올랐지만 승부를 쉽게 예측하기 어려웠다. 강호동 현 합천 율곡농협 조합장(56표)과 최덕규 전 가야농협 조합장(47표) 등 두 영남권 후보가 1차 투표 때 나눠 가졌던 100여표의 향방을 가늠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두 후보에게 몰렸던 영남 표심이 상당 부분이 이 회장에게 쏠리면서 1차 투표 때보다 2배 많은 177표를 얻어 당선에 성공했다.
임기 4년의 이 회장이 본격적으로 업무에 들어가면서 28개 계열사를 거느린 자산 450조원 규모의 농협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이 회장은 후보자 시절 공약으로 조합장 중심의 지배구조를 만들겠다고 공언해왔다. 이사회 구성원 3분의2 이상을 조합장이 차지하도록 해 실질적인 조합원 중심 지배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유통구조 혁신도 이 회장의 주요 공약 중 하나였다. 그는 “현장 중심으로 농축산물 유통혁신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조합장과 농민단체·전문가들로 구성된 별도의 유통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공약했다. 복잡한 유통단계를 걷어내 실질적으로 농가에 떨어지는 소득이 늘어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다. 아울러 농업인 월급제·수당 등 농업인 소득 안정화 제도도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근본적으로 농협중앙회장 선출 방식을 어떻게 수술할지도 관심사다. 이 회장은 현행 대의원 조합장만 투표에 참여하는 이른바 ‘체육관 선거’ 방식의 간선제를 직선제로 바꾸겠다고 공약했다. 다만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가 직선제 전환에 다소 미온적이어서 이 회장이 어떻게 설득해나갈지가 주목된다. 한편 이 회장은 이날 “농협이 농민 곁으로 갈 수 있도록 혼신을 다하겠다”며 “다른 후보들의 공약도 받아들여 농협이 올곧게 나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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