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자국에서 열리는 이슬람권 최대 국제기구인 이슬람협력기구(OIC) 회의에 이란 대표단이 참석하는 것을 막았다고 로이터통신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3일 사우디 무역도시 제다에서 열리는 OIC 회의에서는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밝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중동평화구상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란 외무부에 따르면 사우디 당국은 이란 대표단에 비자를 발급하지 않았다.
아바스 무사비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사우디 정부가 ‘세기의 거래’를 검토할 OIC 본부 회의에 이란 대표단이 참석하는 것을 차단했다”고 말했다고 이란 파르스통신이 전했다. 세기의 거래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미국과 이스라엘 간 중동평화구상을 가리킨다. 무사비 대변인은 OIC에 불만을 제기했으며 사우디가 회의 개최국의 지위를 악용했다고 비난했다. 사우디는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란 관리들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을 해결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과 관련해 애당초 성공 가능성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지도부도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이 지나치게 이스라엘 편만 드는 것이라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중동의 맹주를 각각 자처하며 경쟁하고 있는 사우디와 이란은 중동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시리아와 예멘 등에서 대리전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레바논 주재 미국대사관 근처에서는 2일 수십명이 모여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팔레스타인 난민들과 레바논인들은 이날 시위에서 ‘세기의 거래’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깃발 등을 휘날리면서 반대 구호를 외쳤다. 레바논에는 12개 캠프에 팔레스타인 난민 17만4,000명 정도가 수용돼 열악한 생활을 하고 있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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