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의 대대적인 살 빼기는 오프라인 유통 전반에 도미노 구조조정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유통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쇼핑의 중심이 온라인으로 이동해 가뜩이나 어려운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까지 겹쳐 오프라인 유통이 최악의 상황에 몰렸기 때문이다. 한국 유통을 대표하던 대형 유통사들이 미래에도 굳건히 사업을 펼칠 수 있느냐는 올해부터 시작되는 구조조정의 성과에 달렸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나온다.
◇“내실과 이익만이 살길”=롯데쇼핑이 올해 대규모 다운사이징에 착수하는 이유는 ‘이익을 내는 내실형 사업구조’로 신속히 전환하기 위해서다. ‘유통공룡’ ‘유통 업계 1위’ 등 롯데쇼핑의 외적 위상을 표현하는 수식어가 온라인 시대에는 오히려 생존에 방해가 될 뿐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의지에 따라 롯데그룹 유통부문은 올해 내내 강도 높은 몸집 줄이기와 효율 높이기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면서 “롯데가 깃발을 들면 다른 오프라인 유통업체도 본격 구조조정을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롯데쇼핑의 현실은 실적이 말해준다. 지난 2015년 29조1,277억원이던 매출은 2016년 22조9,760억원, 2017년 17조9,261억원, 2018년 17조8,208억원으로 계속 줄었다. 이익 구조는 더욱 좋지 않다. 롯데쇼핑 당기순이익은 2017년 -206억원, 2018년 -4,650억원으로 이미 적자구조로 돌아선 지 오래다. 여기에 오는 13일 발표하는 2019년 실적에서도 대형 적자를 공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쇼핑은 특히 마트와 슈퍼의 적자를 심각하게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점포가 많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롯데쇼핑은 마트와 슈퍼의 20~30%는 경쟁력 회복이 어렵다고 진단했다”면서 “적자 매장을 끌고 갈 것이 아니라 과감하게 접어 몸집을 줄이고 내실을 기하는 전략을 수립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롯데쇼핑은 백화점 점포의 20% 정도는 과감한 리뉴얼 등으로 점포 성격을 바꿔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진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쇼핑의 경우 구조조정 첫 단계를 이미 시작한 상태다. 롯데그룹 유통비즈니스유닛(BU) 산하 5개 사업마다 대표가 있던 체제를 버리고 강희태 부회장 단독지휘체계를 수립해 경영 속도를 높였고 롯데쇼핑은 백화점·마트 등이 따로 가지고 있던 기획·전략·재무·인사 등 본부 업무를 하나로 통합해 ‘롯데쇼핑HQ’라는 조직을 신설했다. 백화점 본부 인력 중 10%가량이 영업현장으로 재배치된 데 이어 이번 주 안에 마트와 슈퍼의 본부 인력 가운데 상당수가 영업으로 발령받게 된다.
◇업계 전반 구조조정 파도=대형 유통사들이 위기에 처한 근본 이유는 소비 패턴의 변화다. 소비자들이 오프라인에서 장 보는 것을 힘든 가사노동으로 인식하는 상황에서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각종 규제까지 겹쳐 대형 유통사들은 반전을 꿈꾸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오프라인 유통이 경쟁력을 유지하고 외형을 키우는 분야는 해외 럭셔리 패션과 가구·식기 등 생활용품 정도고 가전까지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상황이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 사태가 대형 유통사들을 회복할 수 없는 코너까지 몰고 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쿠팡 로켓배송의 하루 출고량 신기록(330만건)이 나올 정도로 소비자들은 온라인으로 쏠리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세계 경제 동반 침체에 따른 타격 우려까지 나온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가 장기화하면 세계 경제가 동반 추락해 한국의 소비시장을 대단히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판단은 업계의 구조조정을 도미노화하는 배경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구조조정의 불가피성이 더욱 강하게 대두되기 때문이다.
이마트의 경우 지난해 10월 기존 대표를 조기 강판시키고 컨설팅 업체 출신 외부인사인 강희석 대표를 새 대표로 선임하면서 구조조정의 닻을 올린 상태다. 삐에로쑈핑 등 전문점 사업을 축소하고 경쟁력 있는 마트 점포를 선별하는 것을 넘어 더욱 과감한 사업개편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강 대표가 숫자와 팩트에 기반한 경영방침을 내세워 조직을 빠르게 장악했다”며 “이를 바탕으로 강력한 혁신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롯데쇼핑과 이마트 외에 홈플러스도 구조조정이 필요한 단계다. 일상의 장보기가 온라인으로 쏠리는 분위기에서 기존 점포망은 너무 무겁고 크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마트 사업이 없어 구조조정이 상대적으로 절박하지는 않다. 그러나 최근 사장단 인사에서 1960년대생들을 전진배치한 것으로 볼 때 과거와는 다른 패턴의 경영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크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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