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한국철도공사)이 서울 용산역 개발사업 추진 과정에서 세무당국에 낸 세금 9,000억원가량을 돌려받게 됐다. 법인세를 낸 시점과 돌려달라고 한 시점이 다르고 다른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이더라도 세금을 낼 이유가 사라졌음이 증명만 됐다면 이를 환급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온 것이다. 만성적자에 허덕이던 코레일은 이번 판결로 한숨을 돌릴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 특별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코레일이 대전세무서를 상대로 낸 법인세 경정거부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코레일은 이번 승소로 국세·지방세·환급가산금(이자) 등 총 9,000억원가량을 국세청 등 세무당국으로부터 돌려받게 됐다. 단일 조세 소송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다만 국세청은 지난 2016년 2심 판결 직후 법인세 경정 금액인 7,060억여원을 이미 코레일에 돌려준 상태다. 현재는 3~4년치 환급가산금만 남았다. 국세청은 남은 금액을 1,630억원으로 추산했다.
코레일은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으로 불린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2007년 용산 철도차량기지 부지를 삼성물산 등 26개 법인으로 구성된 드림허브 컨소시엄에 8조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2007~2011년 코레일은 다섯 차례에 걸쳐 8,800억여원의 법인세와 880억여원의 지방세 등 총 9,600억여원의 세금을 냈다. 이 세금은 각종 공제·감면조치를 거쳐 최종적으로 7,700억여원으로 계산됐다.
문제는 2013년 4월 용산 개발사업이 백지화되면서 불거졌다. 사업이 무산되면서 기존 토지매매 계약도 해지됐고 결론적으로 코레일이 토지 양도로 얻은 소득도 없어졌다. 코레일 입장에서는 5년간 세금을 괜히 낸 셈이 됐다.
코레일은 국세청에 기존에 낸 세금을 돌려달라고 청구했으나 세무당국은 토지매매 계약 해제로 발생하는 손익 귀속시기가 세금을 낸 연도가 아닌 2013사업연도라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이에 불복한 코레일 측은 2013년 10월 조세심판원에도 심판을 청구했으나 기각 판정을 받았고 결국 2014년 5월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계약 해지로 코레일이 얻을 이익이 사라졌으니 미리 낸 세금을 돌려주는 게 맞는다고 봤다. 1심 재판부는 “토지 양도로 얻은 소득이 실현되지 않았으므로 후발적인 경정청구를 부정할 특별한 사정이 없다”며 “토지매매 계약 해제로 인한 효과는 그 계약 체결 시점이 속하는 사업연도로 소급해 귀속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도 “코레일의 법인세 납세 의무가 사라졌으므로 이는 국세기본법 시행령 제25조의2 제2호에서 정한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에 해당한다”며 “국세청의 경정청구 거부는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하급심의 이 같은 결론은 대법원에서도 그대로 받아들여졌다. 대법원 재판부는 “계약이 해제됐음이 증명된 이상 이에 관한 소송이 확정되기 전이라 하더라도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에 해당하는 건 맞다”고 봤다.
소송에서 코레일 측을 대리한 태평양 조세그룹의 조일영 변호사는 “이 사건은 환급 규모가 커 코레일의 재무건전성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중요도가 컸다”며 “관련 소송이 확정 판결 전이라도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가 인정될 수 있다고 해석한 최초의 판결”이라고 말했다.
/윤경환·황정원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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