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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2,000억弗 구매약속 못 지키면 무역전쟁 재발할수도

[신종 코로나에 미중합의 이행 차질]

美 '中여행 금지' 발표하자 中 합의 이행 보류 시사

'재선에 재 뿌릴라' 트럼프 입장 완강...갈등 불가피

"벼랑끝까지 가지는 않을 것" 협력증진 낙관론도

4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발병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열흘 만에 급조돼 전날부터 운영에 들어간 훠선산 병원으로 환자들이 이송되고 있다. /우한=A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중국 창궐이 미중 간에 힘들게 타결된 ‘1단계 무역합의’ 효과를 희석시키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다. 중국 여행 금지와 무역합의 사항 이행을 두고 미국과 중국이 각을 세우고 있어 1단계 무역합의 서명 이후 사그라졌던 미중 간 대립이 재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단계 무역합의를 앞두고 홍콩과 신장위구르 인권법을 놓고 기싸움을 벌였던 양국이 신종 코로나 사태로 또다시 팽팽한 대치전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3일(현지시간) AFP통신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이날 신종 코로나와 관련해 “모든 상황에서 과학이 우선해야 한다”고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중국과의 여행 교류를 막자 중국이 반발했는데 CDC가 다시 이를 옹호한 것이다. CDC 산하 국립면역호흡기질환센터의 낸시 메소니에 국장은 이날 “신종 코로나를 늦출 기회가 아직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미 국무부는 자국민에게 중국 전역 여행 금지를 권고하는 내용의 여행경보를 발령했다. 국무부는 권고문에서 “중국 현지에 있는 미국인들도 출국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31일에는 미 보건복지부가 “미국 시민이 아닌 외국 국적자가 최근 14일 이내에 중국을 다녀왔을 경우 미국 입국이 거부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은 곧바로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 외교부는 춘제(중국의 설) 연휴 뒤 열린 첫 브리핑에서 “미국의 지나친 자신감이 공황과 과잉 대응으로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미국에 이어 다른 나라로 여행금지 조치가 확산되는 것이 중국의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는 셈이다.

현재 미국을 비롯해 북한·호주·인도네시아·베트남 등 26개국이 중국을 방문한 외국인의 입국을 전면 금지하고 있고 한국·일본·말레이시아 등 4개국은 후베이성을 방문한 외국인만 입국이 금지돼 있다.

미중 간 기싸움에 세계보건기구(WHO)가 끼어들면서 갈등이 한층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열린 WHO 집행이사회에서 “모든 나라가 증거에 기초한 일관된 결정을 이행할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도 중국에 대한 여행과 교역 제한을 권고하지 않는다고 밝히며 중국을 두둔한 바 있다.



국제사회에서는 미국 정부가 취한 중국 여행 금지 등의 조치가 미중 1단계 무역합의 이행에 영향을 주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관리들은 미국이 1단계 무역합의 약속과 관련해 일부 유연성(flexibility)에 합의하기를 희망한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신종 코로나를 통제하기 위해 총력전을 펴는 가운데 미중 1단계 무역합의 이행을 보류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일정 시점에서는 이를 요청한다는 것이 중국의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오는 11월 대통령선거를 앞둔 미국의 입장은 완강하다. 소니 퍼듀 미 농무장관은 지난달 29일 콘퍼런스콜에서 기자들에게 “신종 코로나 사태가 경제 전반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이 명백하다”면서도 “이것이 중국의 올해 구매목표를 저해하지 않기 바란다”고 못 박았다. 이와 관련해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합의문에는 자연재해 조항이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해심이 있거나 너그러운 성향을 보일지는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중국이 당초 약속한 2년간 2,000억달러의 미국산 제품 추가 구매를 지연시킬 경우 무역전쟁이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미 상무부가 3일 달러 대비 자국 통화 가치를 절하하는 국가들에서 만든 제품에 상계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한 새 법규를 마련한 것도 향후 미중 갈등에 불을 댕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부과 대상에 중국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데, 이는 ‘관세 동결’을 전제로 한 무역합의에 배치되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신종 코로나가 국제사회 공동의 위기대응 사안이라는 점에서 양국이 서로를 벼랑 끝 갈등 상황으로 몰고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WHO가 이끄는 국제전염병전문가팀이 이르면 이번주에 중국을 방문하기로 했는데 여기에 미국이 포함될 것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이 4일 보도했다. SCMP는 “미국이 전문가집단을 WHO 대표단에 포함해 신종 코로나와 싸우겠다는 제안을 중국이 받아들였고 이는 미중 간 협력증진을 위한 새로운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를 수용하기 위해 임시병원으로 전환된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의 한 컨벤션센터에 간이병상들이 줄지어 설치돼 있다. /우한=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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