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002320)그룹 경영권이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003490) 부사장 간 정면대결로 흘러가며 조원태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내놓을 ‘카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조원태 회장의 우호지분과 조 전 부사장의 연합군 간 지분 격차가 미미한 터라 소액주주와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가의 지분을 누가 더 확보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KCGI는 전자투표 도입을 주장하며 소액주주 참여 독려에 나섰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오는 6일과 7일 각각 대한항공과 한진칼(180640)의 이사회를 개최한다. 이사회에서는 3월 주총안건을 심의, 확정할 계획이다. 아울러 이사회에서는 주주가치 제고, 지배구조 개선 방안 등 경영관련 쇄신안이 나올 것으로 예측된다. 이번 이사회에서 조 회장은 배당확대 등 주주친화정책을 전면에 내세우는 한편 국민연금과 기관투자가들의 의결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의결권 자문기관의 조건을 맞추는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국민연금과 외부 자문사 의견 일치율은 90% 이상이었다.
다만 이번 주총에서는 국민연금이 주주제안을 통해 의결권 행사가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국민연금법 개정을 통해 전문위원회를 구성해 문제기업에 대한 의견을 내도록 했지만, 아직 전문위 구성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날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조흥식 기금위 부위원장은 “문제기업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기에는 시간적으로 촉박하다”며 “한진칼 경영권 분쟁은 관심이 큰 사안이므로 국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조 회장이 꺼내 놓을 카드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맞서는 조현아 전 전 부사장의 연합은 이르면 14일 주주제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KCGI는 지난해 2월에 이어 전자투표 제도를 도입하라고 요구했다. KCGI는 “양쪽 이사회는 어떤 답변도 하지 않았다”며 “전자투표 도입 및 실시 요청을 수용해 주주의 주총 참여를 독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①고배당=당장 7일로 예정된 한진칼의 이사회에서 조 회장이 주주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제시할 주주친화정책 중 가장 확실한 것은 배당성향 확대이다. 조 회장은 지난해 주총을 앞두고 “2018년 당기순이익의 50% 수준을 배당하겠다”고 밝혔고 약속을 지켰다. 지난해 주총에서는 고(故) 조양호 전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 투표가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한진칼과 대한항공은 적자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배당금을 유지하거나 2~3배 확대했다. 하지만 약발이 먹힐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주총의 경우 배당안건과 이사선임 안건에서의 소액주주 투표결과가 확연히 달랐기 때문이다.
②자사주 소각=또 다른 소액주주달래기의 한 방법으로는 자사주 소각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 방안도 거론된다. 현재 한진칼 주가는 경영권 분쟁 등으로 다소 고평가돼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주총 이후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됐을 때 주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인 만큼 자사주 3.8%는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③전문경영인 영입=조 회장은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가의 마음을 잡기 위해 확실한 전문경영인을 영입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KCGI는 오는 10일까지 정기 주총에서 선임할 이사 후보를 추천받고 있다. 대상은 지난해 12월 기준 한진칼 주식을 ‘1주’ 이상 보유한 주주다. 두 후보가 내세우는 전문경영인이 주총의 표 대결로 이어질 수도 있는 셈이다. 조 회장측은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인물을 전문경영인으로 영입한다는 계획이다.
④대호개발 불공정 공시 여부=한진칼이 반도건설이 경영 참여를 위해 지분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한 대호개발의 공시를 문제삼을 지도 관심이다. 현행 ‘지분대량보유보고제(5%룰)’에 따르면 보유한 상장사 지분이 5%를 넘어서거나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기업의 지분을 늘리거나 줄일 때에는 지분 취득 및 매각의 목적(단순투자·경영참여)을 명확히 공시해야 한다.
반도건설 계열사 대호개발은 한진칼의 지분을 추가 취득해 5%를 넘어섰다고 밝히며 지분 취득 목적을 ‘단순 투자’로 명시했다. 하지만 지난 1월 10일 추가로 2.02% 지분을 취득하며 취득 목적을 처음으로 ‘경영 참여’라고 공시했다. 형식상으로 공시에 문제는 없지만, 금융투자업계 일각선 대호개발이 경영 참여 목적으로 지분을 늘렸음에도 처음에는 단순투자 목적이라고 허위 공시를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박시진·양사록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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