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태국에 이어 싱가포르에 다녀온 입국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로 확인되면서 제3국 입국자에 대한 검역체계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국 외 국가에서 입국하는 사람의 경우 미열이나 기침 등 증상이 있어도 자진신고를 하지 않으면 검역망을 무사 통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현재 중국 입국자에게만 적용하던 여행자이력정보(ITS)를 통한 해외여행력 확인을 제3국 입국자를 대상으로 넓히겠다는 방침이지만 이미 확진 환자들이 각국 검역망을 뚫고 이동한 사례가 상당한 만큼 실효성을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중앙사고수습본부는 5일 중국 이외의 제3국 입국자에 대해서도 의료기관 방문 시 ITS를 검색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강립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지금까지는 중국 방문 이력을 확인하는 시스템은 환자가 의료기관에 방문할 경우 건강보험수신자조회 및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ITS 등을 통해 해외여행력을 확인하는 방법이 있었다”며 “세계보건기구(WHO) 등과의 국제공조를 통해서 해외의 발생 동향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ITS를 통해 환자가 상당 수준 발생한 중국 이외의 지역에 대한 여행력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ITS 이력조회는 제3국 입국자가 이미 검역의 1차 저지선인 공항이나 항만 검역대를 통과한 뒤라는 점이다. 정부의 검역 강화에 따라 지난 4일부터 중국 입국자는 별도 입국장을 이용하고 있지만 중국 이외의 국가에서 온 입국자는 기본적인 발열검사 외에는 하지 않으며 건강상태질문서 등을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입국자가 증상이 있다고 자진신고하지 않는 한 검역대를 무사 통과할 수 있는 셈이다. 해외에서 감염된 상태로 입국한 첫 번째 사례인 12번 환자(49세 중국인·남성)의 경우 지난달 19일 일본에서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했으며 13일이나 지난 이달 1일에야 확진 판정을 받았다. 태국에서 입국한 16번 환자(40세 한국인·여성)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아직 태국 내 감염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지난달 19일 전남 무안공항으로 귀국한 후 보름 이상 격리되지 않아 정확한 접촉자 수 파악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실정이다. 싱가포르를 방문했다가 확진 판정을 받은 17번 환자의 경우는 지난달 26일 한양대구리병원 선별진료소를 찾았으나 중국 방문 이력이 없어 의심환자로 분류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선별진료소 등 의료현장의 방어체계 전반이 중국 입국자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입국자에게만 초점이 맞춰졌던 특별검역 시스템을 제3국 입국자에게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정부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방역당국에서는) 중국만 보고 있었는데 일본·태국·싱가포르에서 확진 환자가 발생한 상황”이라며 “방역망에서 모니터링이 안될 경우 (지역사회에서)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방역당국이 지금이라도 빈틈을 찾아서 메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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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김 부본부장은 “(입국제한 조치에 대한) 비용 효과성이라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며 “실제 적용했을 때 미치는 경제·사회적, 그리고 외교적인 측면을 종합적으로 놓고 판단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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