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의 여파로 홍콩이 닷새 매출 1조 원 규모의 미술장터를 접었다.
아시아 최대의 아트페어(Art Fair)인 아트바젤홍콩이 지난 7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오는 3월 19일부터 21일까지 홍콩컨벤션센터에서 열릴 예정이던 행사를 전격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VIP 사전 오픈을 포함해 대략 5일간 진행되는 아트바젤 홍콩은 관람객만 8만 여명, 작품 거래로 인한 매출 규모는 1조원으로 추산되는 대형 행사다.
아트바젤을 운영하는 MCH 그룹 측은 “최근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글로벌 보건 비상사태로 선포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생과 확산으로 행사 참석자와 근무자들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근본적인 우려가 있었다”면서 “출품작 수송과 해외 참가자들의 이동에도 어려움을 맞게 됐다”고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전 세계 242개 화랑이 참여할 예정이던 올해 행사에는 국제·리안·바톤·아라리오·원앤제이·우손·조현·학고재·PKM·P21 등 국내 갤러리 10곳이 부스를 확보한 상태였다. 이배,김홍석,임옥상 등의 작가들은 국내외 갤러리를 통해 대규모 설치작품을 선보일 예정이었으나 함께 취소됐다. 주최 측은 자체 규정에 따라 참가예정이던 화랑에게 부스비용의 75%를 환불해 주겠다고 서신으로 통보한 상태다.
마크 슈피글러 아트바젤 글로벌 디렉터는 “지난 1년 동안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 아트 바젤 홍콩을 취소하기로 한 것은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다”면서 “올해는 행사를 취소하지만 내년 3월 25일부터 27일까지 아트바젤홍콩을 개최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비슷한 시기에 인근서 열리는 ‘아트센트럴 홍콩’ 역시 이날 행사 취소를 공지했다. 호텔아트페어인 아시아컨템포러리아트쇼 등도 줄줄이 행사 연기와 취소를 밝혔다. 이로써 홍콩 미술시장은 송환법 반대로 촉발된 민주화 시위 등 연이은 악재를 겪게 됐다. 아시아 미술시장의 허브로 불리는 홍콩에는 가고시안갤러리를 비롯해 페이스, 페로탱, 리만머핀, 데이비드즈워너, 바라캇 등 세계 최정상급 화랑의 분점이 포진하고 있다. 서울옥션을 비롯해 크리스티, 소더비, 필립스 등 글로벌 경매회사도 홍콩에서 운영 중이다.
‘신종 코로나’에 국내 미술계도 긴장하고 있다. 당장 오는 19~2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릴 예정인 ‘화랑미술제’를 두고 주최 측인 한국화랑협회의 고민이 깊다. 최웅철 한국화랑협회장은 “100여 곳의 참여 화랑들에 전화로 의견을 청취한 결과 과반 이상이 ‘그래도 개최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면서 “상황이 더욱 나빠진다면 입장이 달라질 수 있으나 아직까지는 다수가 행사 진행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미술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어 화랑의 매출과 관람객이 감소하면서 중·소규모 화랑을 중심으로 군집형 미술장터인 아트페어에 대한 의존도가 한층 높아진 상황이다.
오는 26일로 홍콩 경매를 예정한 서울옥션 측 관계자도 “아직까지는 경매를 진행한다는 계획에 변동이 없지만 시시각각 변화하는 국내외 상황을 조심스레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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