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하면서 해외 싱크탱크들이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낮추기 시작한 것은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지난해 역성장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며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 사태로 직격탄을 맞게 될 1·4분기에는 성장률이 또 마이너스를 기록해 ‘성장률 쇼크’를 맞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국의 경제분석기관인 캐피털이코노믹스는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2.5%에서 1.5%로 대폭 낮췄는데 한국 경제의 중국 의존도가 큰 것을 주요인으로 지적했다. 국내 기업들은 중국에서 많은 중간재를 수입하고 있는데 중국이 공장 가동을 멈추면서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덩달아 생산을 중단하는 사태가 전기·전자, 기계 등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올해 한국의 수출 증가율이 0.5%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는데 이는 정부가 지난해 말 올해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제시한 3.0%보다 한참 낮은 수치다.
여기다 이번 사태로 빚어진 국내 소비 부진과 여행·운송·유통 등 서비스업이 도미노로 타격을 입고 있는 것은 기업들의 설비투자 위축 마저 불러올 것으로 우려됐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한국의 올해 투자 증가율 전망치는 1월 2.0%에서 0.1%포인트 하락해 1.9%로 주저앉았다. 홍콩상하이은행(HSBC)과 스탠다드차타드가 각각 0.8% 증가를 전망해 평균 전망치를 끌어내렸다.
기업의 수출과 투자가 피해를 입으면서 자동차·타이어뿐 아니라 반도체·석유화학 등도 신종 코로나 확산에 따라 생산과 수출에 타격을 입어 재무구조가 취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지난 6일 보고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이 중국 안팎에서 소비심리와 소비지출을 위축시키고 생산·공급망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수 산업의 한국 기업 신용도에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해 1·4분기에 우리나라의 성장률이 -0.4%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4분기에 또 한 번 역성장을 기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석길 JP모건 이코노미스트도 “1·4분기 성장률을 전기 대비 -0.3%로 본다”며 “일시적인 쇼크지만 연간 성장에는 타격을 줄 것이며 국내 서비스 소비가 일부는 이연되더라도 2·3분기에 완전히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철기자 runiro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