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기주주총회를 가장 먼저 개최하는 상장사가 미원화학(134380)으로 확정됐다. 지난 2000년부터 2019년까지 20년간 정기주총 1호 상장사였던 넥센타이어(002350)는 정기주총 개최 일정이 예년보다 지연되면서 타이틀을 놓쳤다. 재계에서는 회계감사 강화, 사외이사 임기 제한 등 이번 정기주총 시즌을 앞두고 쏟아진 규제의 여파로 정기주총 일정을 정하기가 예년보다 어려워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원화학은 오는 25일 오전 울산광역시 본사에서 정기주총을 개최한다는 내용의 주주총회 소집공고를 10일 공시했다. 그다음 정기주총을 개최하는 상장사는 현대약품(004310)(26일)이다. 관련 법에 따르면 정기주총 개최 2주 전까지 주주총회 소집공고를 공시하게 돼 있다. 미원화학보다 빠른 23일 정기주총을 개최하기 위해 법적시한인 이날까지 주주총회 소집공고를 공시한 상장사는 없다.
넥센타이어는 2000년 이후 늦어도 2월2일까지는 주주총회 소집공고를 공시했고 정기주총은 2월19일을 넘기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는 아직 주주총회 소집공고를 공시하지 않았다. 2018년 11월부터 외부감사법 개정안 시행에 따라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를 시작으로 2019 사업연도부터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외부감사인(회계법인)의 인증 수준이 검토에서 감사로 강화된 영향이다. 넥센타이어 관계자는 “내부회계관리제도 인증 수준 강화 등으로 회계법인의 업무가 가중되다 보니 감사 일정이 지연돼 아직 정기주총 개최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넥센타이어뿐 아니라 여러 상장사가 정기주총 개최 일정을 두고 고심하면서 올해도 3월 말에 정기주총 개최가 집중되는 ‘슈퍼 주총데이’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가 지난 7일까지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3월24일 정기주총을 개최하는 상장사는 총 238개사(유가증권시장 24개사, 코스닥시장 214개사)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전체 12월 결산법인 2,010개사의 11.84%에 달한다. 이어 3월25일(87개사), 23일(79개사)의 순이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예년에는 연말에 상장협에서 진행하는 주총 실무 설명회 내용을 기준으로 정기주총을 준비했는데 올해는 정기주총 시즌을 코앞에 둔 이달부터 상법 시행령 개정안 시행으로 사외이사 임기 제한, 임원 약력 공개 등 고려할 변수가 많아지면서 정기주총을 일찍 개최하기 어려워졌다”며 “정부가 주주 참여 확대를 명분으로 정기주총 일정 분산을 추진하다가 실제로는 정기주총 일정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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