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은 금융권 최고 수준의 ‘디지털 신기술 역량’을 확보해가고 있다. 단순히 기술만 발전시키는 게 아니라 고객과 직원들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전해주는 것이 목표다. 직원이 편해야 고객도 편하다는 접근으로 영업점 디지털 혁신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그 결과 국민은행은 지난해 국가고객만족도 조사 은행 부문 1위에 올라 은행권 최초로 국가고객만족도 총 13회 1위라는 기록을 세웠다. 허인 국민은행장은 “고객보다 더 먼저인 가치는 없으며 앞으로도 고객의 행복과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손바닥 정맥 인증, 무인점포, 통신·금융 융합 휴대폰 서비스 등 어느 은행보다 다양한 디지털 서비스를 실험적으로 내놓았다”며 “올해부터는 ‘The K 프로젝트’를 고도화시켜 디지털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해외진출 속도를 높여 ‘리딩뱅크’로서의 위상을 다져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3일 국민은행은 영업점 디지털 혁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차세대 전산 ‘The K 프로젝트’를 전 영업점에 설치했다. 올해 10월로 예정된 그랜드오픈 전에 실질적인 차세대 전산 적용에 나선 것이다. ‘The K 프로젝트’는 국민은행 디지털 전환의 핵심으로 꼽힌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클라우드 등 최신 기술을 접목해 정보기술(IT)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허 행장은 “고객들이 스마트폰으로 디지털 금융을 사용하는 데 있어 거름을 뿌리고 단단한 토양을 만드는 게 ‘The K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차세대 전산 시스템을 통해 각종 마케팅 프로세스 및 비대면채널과 글로벌 플랫폼 등을 선진화시키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허 행장은 “가계여신·외환·퇴직연금 같은 손이 많이 가던 업무들이 디지털을 통해 간편화될 경우 단순 반복적인 업무들은 자동화로 업무가 경감되고 직원들은 고객 상담에 집중하게 된다”며 “직원과 고객 모두가 행복한 미래라는 목표가 말뿐인 목표가 아니다”라고 분명히 했다. 이어 “이번 차세대 전산 설치는 단순히 은행 창구업무 전산을 새롭게 바꾼다는 의미보다 은행과 고객에게 미칠 영향이 더 큰 행보”라며 “10월 그랜드오픈까지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은행권에서 디지털 전환에 힘쓰는 모습은 이제 낯설지 않다. 특히 국민은행은 지난해 통신·금융 융합으로 알뜰폰인 리브엠을 내놨고 IT 특화지점인 ‘인사이트지점’, 무인점포 등 경쟁 은행보다 속도를 높이고 있다. 속도를 높일 수 있었던 것은 젊은(1961년생) 행장이 선봉에 서서 진두지휘를 하고 있어서다. 올해 연임에 성공한 것도 밀도 있게 디지털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무엇보다 국민은행이 지난해 내놓은 가상통신망(MVNO) 서비스 ‘리브엠(Liiv M)’은 허 행장의 승부수로 통한다. 허 행장은 “단말기를 파는 게 아니라 통신을 판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통신 판매로 돈을 벌려는 게 아니라 금융혁신이 목적”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디지털 시대에 유통·통신·금융정보가 모두 단절돼 있다 보니 제한된 정보만 있다”며 “단기적으로 고객의 통신비용을 확실하게 줄여주고 장기적으로 맞춤형 금융 서비스가 가능한 빅데이터를 구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빅데이터 구축으로 금융혁신을 일으키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6개월이면 충분하다고 확신했다. 허 행장은 과거 은행의 단말기 판매와 같다는 지적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허 행장은 “단말기를 파는 것이라면 금융혁신법 시행 후 첫번째 혁신 서비스가 될 수 없었다”며 “데이터를 축적해 신용평가정보를 정밀하게 가다듬고 금융상품과 대출상품 등의 맞춤 서비스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실제 리브엠은 지난해 4월 금융위원회로부터 규제특례를 적용받는 1호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됐다. 현행법상 은행은 부수 업무로 은행 고유 업무와 관련 없는 사업을 할 수 없는데 정부가 추진하는 규제 샌드박스 정책으로 2년(최장 4년) 동안 사업 승인을 받아 통신사업에 진출한 셈이다. 허 행장은 “3년 전부터 준비해왔던 사업으로 러시아 스베르방크와 스페인 카시아방크 등 금융과 통신 융합의 성공 사례는 많다”며 “리브엠을 통해 한발 진화한 금융 서비스가 시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금융 본연의 역할을 놓칠 수 없다’는 게 허 행장의 지론이다. 지난해 국민은행은 시중은행으로서는 처음으로 중기대출 100조원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기업의 재무제표가 아닌 성장 가능성으로 기업을 평가하는 여신정책이 있었기에 달성할 수 있었던 수치였다. 벤처와 청년 기업, 일자리 창출 지원 관련 대출상품도 확대하고 있다. 전국의 13개 ‘KB 소호 컨설팅센터’를 통해 자영업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하고 2016년 9월부터 2,400여건이 넘는 무료 창업 컨설팅을 제공해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단순한 금융지원 기능에서 벗어나 전문가로 구성된 별도의 전담팀을 구성해 ‘KB와이즈컨설팅’이라는 이름으로 연간 160여건 이상의 기업 컨설팅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서는 ‘KB굿잡 취업박람회’를 통해 확고한 입지를 구축한 상태다. 2011년부터 시작해 지난해 16회까지 모두 1만4,000여명이 KB굿잡 취업박람회를 통해 일자리를 얻었다. 6만여개의 일자리 정보를 제공하고 참여기업에 채용지원금을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허 행장은 고객들의 자산관리(WM)에도 집중하고 있다. 그는 “이미 한국도 개인이 만들어놓은 금융자산의 규모가 은행으로부터 대출받는 자산보다 훨씬 커졌다”며 “개인들의 금융자산에서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게 은행이 힘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내 금융회사 중에 국민들이 맡긴 돈을 해외에 잘 투자해 수익을 돌려주고, 외국인들이 한국에 투자할 때 상품을 잘 만들어 길을 열어줄 만한 곳이 많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금융상품을 개발하고 고객에게 전달하는 과정을 제대로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단순히 편리함과 친절함을 제공하는 게 은행 서비스의 다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한 셈이다. 즉, 은행의 본업은 결국 자산관리를 잘하는 데 있다는 뜻이다.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나 라임자산운용 사태에서 국민은행이 비켜서 있는 배경을 이해할 수 있었다.
다른 한편 허 행장은 글로벌에서 은행 성장의 해답을 찾고 있다. 허 행장은 해외시장별 특성에 맞춰 ‘투트랙 전략’을 꾸준히 펼쳐왔다. 미국 등 선진국 시장에서 기업투자금융(CIB) 영업을 강화하는 동시에 동남아 등 신흥시장에서는 중소기업(SME) 및 소매금융(리테일)을 중심으로 영업망을 넓히고 있었다. 금융 시스템이 안정된 선진국 시장에서는 법인 대신 지점을 세우고 ‘IB 유닛’을 설치한 게 주요 전략이다. 규제가 많은 법인보다 지점을 중심으로 발 빠르게 움직이며 IB 관련 사업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동남아 국가는 한국보다 디지털뱅킹이 발달하지 않은 만큼 비대면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허 행장은 “동남아 시장에 특화된 모바일뱅킹 모델을 내놓고 선진 금융 시장에서도 역할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며 ‘글로벌 리딩뱅크’를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He is…]
△1961년 경남 진주 △1980년 대구고 졸업 △1984년 서울대 법학과 졸업 △1987년 서울대 법과대학원 석사 △1988년 장기신용은행 입행 △2004년 국민은행 대기업팀장 △2013년 여신심사본부 상무 △2014년 경영기획그룹 전무 △2016년 영업그룹 부행장 △2017년 KB국민은행장 취임 △2019년 11월 국민은행장 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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