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개발원이 손해보험 업계의 만성 적자 상품으로 전락한 자동차보험의 가격 합리화를 위해 원가지수 개발을 추진한다. 수리비·부품비·진료비 등 자동차 보험료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지수화해 보험료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기 위한 것이다. 또 경미한 차량 사고 시 부상자에 대한 배상기준을 마련해 과도한 보험금 지급이나 분쟁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보험개발원은 11일 저금리·저성장 시대에 정체된 보험 산업의 재도약과 생존역량 강화를 총력 지원하기로 하고 세부적인 연간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추진할 주요 사업으로는 △신시장 창출 지원 △보험회사의 비용·업무 효율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 △환경변화에 대응한 최적 컨설팅 서비스 제공 △자동차·실손의료보험의 구조적 문제 해결 지원 등을 제시했다.
우선 수리비·진료비·부품비 등을 반영한 자동차보험 원가지수를 산출해 공표하고 이를 차량모델등급제도와 연동해 보험료 산출 과정에서 적정 수준으로 반영되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중국 보험협회와 자동차정비업협회가 지난 2014년부터 공동으로 연간 두 차례 주요 자동차 모델의 신차 가격과 개별 부품 가격 등을 지수화한 차량부품가격지수를 발표하는데 이를 벤치마킹한 원가지수를 적정 보험료 관리를 위한 데이터로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자동차보험 누수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경미사고에 대한 보상기준도 마련한다. 학계와 공동으로 탑승자 사고 재현 시험, 국제 세미나 개최, 경미사고 치료비 지급 통계 분석 등을 실시하고 경미사고 인체상해 위험도 국제기준 제정도 추진하기로 했다. 보험개발원의 한 관계자는 “경미사고로 인한 지급보험금 규모만 8,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며 “인적 피해에 대한 객관적·합리적 보상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130%대까지 치솟은 실손의료보험의 손해율 관리를 위해 비급여 진료비 분석도 추진한다. 진료비 영수증, 진료비 세부내역서 등 보험금 청구 관련 통계를 수집하고 집적된 데이터를 도덕적 해이가 우려되는 진료행위 분석,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 제도 개선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
보험사들의 신시장 개척을 적극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요율 개발에도 나선다. 암·뇌졸중·심근경색·당뇨병 등 주요 20개 질환에 대한 예측모형을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유병자 대상 건강증진형 보험이 다양하게 개발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이 밖에 온디맨드 상품, 공유경제 보험, 긱 경제 보험 등의 혁신상품이 원활하게 개발·출시될 수 있도록 가격 책정기준, 운용사례 등을 보험사들에 적극 제공하기로 했다.
강호(사진) 보험개발원장은 “지난해 기록적 수준의 영업적자가 발생한 자동차보험과 지속적인 손해율 악화로 지속가능성에 위협을 받고 있는 실손의료보험의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지원하겠다”며 “사회·경제적 환경 변화에 따른 새로운 보험 수요에 대응한 신상품 개발뿐 아니라 능동적으로 보험 수요를 발굴·창출하는 신시장 개척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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