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회사채 발행에 나선 LG화학(051910)이 2조원이 훌쩍 넘는 뭉칫돈을 끌어모았다. 지난해 실적 악화에 따른 신용등급 위축에도 불구하고 넘치는 투자 수요를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이날 5,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실시한 수요예측에서 2조3,700억원의 매수주문을 확보했다. KB증권과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하이투자증권이 발행 주관을 맡았다.
만기별로 살펴보면 2,000억원 규모로 모집한 3년물에 1조700억원의 자금이 쏟아졌다. 5년물(2,000억원)과 7년물(500억원)에도 각각 7,800억원, 1,500억원의 투자수요가 몰렸다. 장기물인 10년물(500억원)에도 3,700억원의 매수주문이 밀려들어 흥행에 성공했다. 발행 금리도 공시금액 기준 최대 -15bp로 결정될 전망이다.
LG화학은 매년 회사채 시장에서 조 단위 투자수요를 끌어모으는 ‘빅 이슈어(Big issuer)’다. 지난해에도 5,000억원 모집에 사상 최대인 2조6,400억원이 몰려 당초 계획의 두 배인 1조원 어치를 발행했다.
신용도 위축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연초 기관투자자들의 실탄이 넉넉한 영향도 컸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를 반영해 지난 10일 LG화학의 글로벌 신용등급을 기존 ‘A3’에서 ‘Baa1’로 하향 조정했다. 향후 1~2년간 재무 레버리지 비율이 개선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에서다.
글로벌 경기침체 국면에 접어들면서 LG화학의 지난해 실적은 쪼그라들었다. 매출은 지난해 28조6,250억원으로 전년 대비 1.6% 상승했지만 석유화학 주요 제품의 가격이 떨어지면서 영업이익(8,956억원)은 60% 가까이 줄었다. 순차입금도 6조5,000억원 수준으로 상승해 재무부담이 크게 늘었다.
LG화학은 이번 조달 자금으로 석유화학 사업과 설비투자에 투입할 계획이다. 여수NCC공장과 중국 공장에도 수백억원 규모의 투자가 예정돼 있다.
/김민경기자 mk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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