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불확실성과의 싸움입니다. 신종 감염병이라 어려운 점이 많지만 24시간 내 정확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특히 접촉자의 기준 시간인 발병 시점을 정하는 게 가장 중요하고 어렵습니다.”
박영준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 2팀장은 12일 기자들과 만나 “이른 시간 내 정확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예방의학과 전문의인 박 팀장은 메르스 사태 당시 방역 현장을 이끌기도 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국내 명칭: 코로나19) 방역 최전선에서 분투하는 이들이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의 역학조사관들이다. 확진 환자가 한 명씩 나올 때마다 역학조사팀에는 비상이 걸린다. 환자 관련 정보를 모으고 현장에 나갈 팀을 구성한다. 현장 도착 전까지 지역 보건소, 시·군·구청과 정보를 공유하며 동선 등을 추적하고 현장 소독을 실시하는데 여기까지 6시간 내에 끝내야 한다.
현장도 급하다. 5~10명으로 구성된 역학조사팀은 동선 파악, 현장 조사, 데이터 관리 등의 업무를 나눠 움직인다. 어디서 감염됐고 어떻게 전파됐는지 윤곽을 잡고 세부적인 사항을 파고든다. 이 때문에 팀워크와 노하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박 팀장은 “환자가 불러주는 대로 조사하면 허점이 생길 수 있다”며 “일상생활에서 어떤 행동을 했을지 합리적으로 의심해 정확한 진술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증상 발병 시간이 바뀌기도 한다. 3번 환자의 경우 처음에 호텔 도착 이후 몸살 기운이 생겼다는 진술을 바탕으로 그 이후의 동선을 집중 조사했다. 하지만 카드 기록을 검토하던 도중 약국 방문 이력이 드러나며 접촉자 기준이 달라졌다.
폐쇄회로(CC)TV에서 환자를 찾아내 마스크 착용, 기침 유무를 판별하는 것은 쉽지 않다. 8번 환자가 방문했던 군산의 목욕탕 같은 경우 CCTV 판별조차 힘든 만큼 방문 시간을 공개해 시민들의 자발적인 신고를 받았다. 사례정의에 맞지 않는 의심 환자가 발생하면 대응체계 자체가 바뀌기도 한다.
박 팀장은 역학조사관들을 가장 힘 빠지게 하는 것은 쏟아지는 ‘루머’라고 말했다. 상황파악에 써야 할 인력과 시간이 낭비되기 때문이다. 박 팀장은 “필수인력들이 루머 확인을 위해 다른 곳으로 가는 상황이 제일 아쉽다”고 털어놓았다.
인력 부족에 대한 어려움도 토로했다. 국내 역학조사관은 중앙 77명, 시도 53명 등 총 130명이 활동 중이다. 그는 “숙련된 조사관 양성을 위해 많은 시간이 필요한 만큼 지방에서도 관심을 갖고 과감하게 투자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의사 출신 조사관이 부족한데 수련 과정에서 역학조사관에 대해 알리고 접할 기회를 늘리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생활 노출을 이유로 환자들이 조사에 비협조적일 때 이들을 설득하는 것도 역학조사관의 역할 중 하나다. 박 팀장은 “환자들은 범죄자가 아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에게 감염된 것”이라며 “처벌하기 위해 감시하는 것이 아니고 보호하기 위해 감시하고, 통제하기 위해 격리하는 것이 아니고 보호하기 위해 격리하는 것이라 설득하면 대부분 협조해준다”고 말했다.
/오송=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