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글로벌 경기 위축 우려와 심화하는 수익성 압박 속에서도 국내 시중은행들이 안정적인 자본력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수년간의 양호한 리스크 관리와 안정적인 고객 예수금을 기반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에 대처할 여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S&P는 13일 펴낸 보고서에서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은 최근 몇 년 간 낮은 수준의 부실채권(NPL)비율과 대손비용률을 기록하는 등 신중한 리스크 관리 능력을 시현해왔다”며 “이를 바탕으로 올해 예상되는 수익성 압박을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주요 은행의 비용 관리 능력과 자산 건전성은 지난 몇 년 간 꾸준히 개선됐다. S&P가 총 대출채권 대비 대손충당금 적립액 비율로 추정한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국내 주요 4개 은행의 평균 대손비용률은 2018년 8bp(1bp=0.01%), 2019년 10bp이다. 2015~17년 평균인 30bp에 비하면 3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2015년 1.2%였던 평균 부실채권비율 역시 2018년 0.5%에 이어 2019년 0.4%로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올해는 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순이자마진 하락과 경기 둔화 전망, 충당금 환입액 감소 등으로 수익성 감소가 가팔라질 전망이다. S&P에 따르면 지난해 4개 시중은행의 평균 총자산이익률(ROAA)은 전년(0.65%)보다 소폭 하락한 0.59%로 추정된다. 미중·한일 간 무역갈등에 따른 국내 경제 성장률 둔화 영향이 컸다. S&P는 앞으로도 수익성 하락세가 이어져 올해는 평균 ROAA가 0.55%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따른 규제 강화로 금융상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드는데다 핀테크 업체와의 경쟁 심화로 비이자수익 증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다만 S&P는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국내 은행들이 안정적인 자본적정성과 완만한 대출자산 성장에 힘입어 신용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대규모의 고객 예수금 기반을 바탕으로 향후 수년간 안정적인 자금 조달과 유동성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S&P는 “규제 강화와 은행들의 양호한 리스크 관리 전력을 고려할 때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글로벌 금융시장의 잠재적 변동성 확대에도 불구하고 외화 자금조달 및 유동성 리스크를 적절히 관리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S&P는 국내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 동남아시아 사업 확대 전략에 대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지난해 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이 각각 베트남과 캄보디아 금융기관에 단행한 투자에 대해 “투자 규모는 두 은행의 자산과 자본 대비 크게 무리가 없는 수준”이라면서도 “상대적으로 경제 리스크가 높은 국가에서 인수합병 또는 공격적인 사업 확대에 나설 경우 자본적정성과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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