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경북 성주에 배치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부대 관련 공사비 4,900만(약 580억)달러를 한국정부가 분담할 수 있다고 언급해 주목된다.
이는 일반환경영향평가 절차를 위해 임시 배치된 사드의 정식배치가 임박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으로 남북협력 사업을 통한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구상도 험로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주한미군이 사드를 정식배치할 경우 북한과 중국의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문재인 정부의 대북중시 기조가 한미 간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미국 국방부가 지난 3일(현지시간) 의회에 제출한 2021 회계연도 미 육군 예산안에 따르면 육군은 성주 지역 개발 비용으로 4,900만달러를 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육군은 이 예산에 대해 “주둔군이 자금을 댈 가능성이 다뤄져 왔다”며 “주둔국 프로그램의 자금이 이 요구사항을 지원하기 위해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주 사드 부대 관련 공사비는 무기고, 보안조명, 사이버 보안 등에 3,700만달러를 배정하고 전기, 하수도, 도로포장, 배수 등에 700만달러의 예산을 책정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그간 사드 배치 비용은 미국이 부담한다는 원칙을 수차례 밝혀 온 점을 고려할 때 성주 사드부대 공사비 문제를 두고 한미 간의 불협화음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이 한반도에 사드 발사대 전진배치를 고려하고 있는 점도 큰 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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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환경영향평가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사드 정식 배치 논의가 이뤄질 경우 한국정부 입장은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아직 확실히 환경영향평가 안 끝났는데 정식 사드 배치 관련 예산을 분담하는 것은 국내 정치적 비판과 함께 중국과의 관계경색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사드 부대가 전진 배치될 경우 북중의 강한 반발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남북협력사업을 통한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를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는 상황에서 사드 문제가 불거질 경우 남북 및 한중관계는 급속히 경색될 가능성이 높다. 존 힐 미 미사일방어국장(해군 중장)은 지난 10일(현지 시각) 미 국방부 2021회계연도 예산안 브리핑에서 “사드 발사대와 포대를 분리할 수 있다면 한반도에 많은 유연성을 주게 될 것”이라며 “포대를 더 뒤로 놓을 수 있고, 레이더를 뒤로 옮길 수 있으며 발사대를 앞에 놓거나 추가 발사대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효과적인 미사일 방어를 위한 ‘주한미군 연합긴급작전요구(JEON)’ 완료 시 사드·패트리엇 운용과 관련 주한미군의 전력이 강화되는 방식을 3단계로 설명하면서 나왔다. 그간 사드 발사대는 포대와 연동해 운용돼야 하는 제약이 많아 이동이 쉽지 않았다. 이 때문에 미군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작년부터 인공위성을 통한 원격 통제 시스템을 연구하고 상당 수준의 진전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 육군은 성수 사드부대 공사비 외에도 평택 캠프 험프리의 공격정찰대대 정비시설 설치 예산에도 한국 정부의 분담 가능성을 언급했다.
미 육군은 공격정찰대대 정비시설을 설치하는 예산 9,900만달러와 캠프 험프리에 긴급 연료공급 장치 설치 예산 3,500만달러를 배정하면서 “이 사업은 주한미군이 보유할 지속적 시설에 위치해 있다”며 “이 요구사항을 지원하기 위해 주둔국이 자금을 댈 가능성이 다뤄져 왔다”고 밝혔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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