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JTBC 대표이사 사장에게 채용과 금품을 요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프리랜서 기자 김웅(50) 씨가 첫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박용근 판사)은 14일 공갈미수 혐의로 기소된 김씨의 첫 번째 공판기일을 열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2018년 8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손 대표에게 차 사고를 기사화하겠다거나 폭행 혐의를 고발하겠다며 채용과 2억 4,000만원의 금품을 요구했다. 손 대표가 이에 응하지 않아 미수에 그쳤다.
이날 재판에서 김씨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에 적힌 문자·카카오톡 ·텔레그램 메시지와 이메일을 보낸 사실은 인정한다”면서도 “공갈하거나 협박하기 위한 게 아니었다. 메시지 등을 일부만 발췌해 의도와 사실관계를 왜곡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피고인은 접촉사고 동승자 문제를 기사화할 것 같은 태도를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피해자를 만나 기사화를 하지 않겠다고 명시적으로 밝혔다”며 “폭행 사건 이후에도 진정한 사과를 요구했을 뿐 접촉사고를 언급하거나 금품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JTBC 채용을 요구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손 대표는 보도 담당 사장으로 대표이사 취임 이후에도 채용 권한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면서 “공갈 상대방이 될 수 없기 때문에 공갈미수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씨는 지난해 “손 대표가 연루된 교통사고 제보를 취재하던 중 손 대표가 기사화를 막고 나를 회유하려고 JTBC 기자직 채용을 제안했다. 제안을 거절하자 폭행했다”고 주장하며 손 대표를 폭행치상·협박·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이에 손 대표 측은 “김씨가 불법적으로 취업을 청탁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자 오히려 협박했다”고 반박하며 김씨를 공갈미수 등의 혐의로 맞고소했다. 해당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손 대표를 폭행 등의 혐의로 지난달 약식기소하고 김씨는 정식 재판에 넘겼다. 손 대표에 대해 청구한 벌금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손 대표를 다음 기일에 증인으로 신청하기로 했다. 김씨의 다음 공판기일은 3월 25일 열릴 예정이다.
/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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