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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코로나 증세"…가짜 환자에 경찰 골머리

현장 검거자 의심환자 행세로 출동 경찰 일시 자체격리 조치 속출

방문한 식당 협박해 돈갈취까지

허위 의심돼도 조치해야해 애로

"사회불안 조장 엄중 처벌 필요"

지난 6일 광주 북부경찰서 유치장에 입감 중이던 대만인 보이스피싱 범인이 기침을 하는 등 코로나19 증상을 호소해 보건당국이 병원으로 이송한 뒤 경찰서를 방역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일 서울 중구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마스크를 쓴 경찰이 근무를 서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가 전국을 뒤덮으면서 매일 사건현장에 출동해야 하는 경찰이 ‘가짜 코로나19 환자’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건 관계인이 감염자라고 허위주장을 하거나 고열 등 의심증상이 발견될 경우 이들이 다녀간 파출소가 출입통제되는 것은 물론 접촉한 경찰관들도 격리조치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가짜환자 행세를 하며 사회불안을 조성하고 치안 업무를 방해하는 악의적 행위에 대해서는 보다 엄중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12일 새벽 서울 가리봉파출소 소속 경찰관들은 폭행사건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경찰은 현장에 있던 20대 중국인 남성이 두통과 발열 증상을 호소하자 혹시 모를 코로나19 가능성을 우려해 질병관리본부에 문의한 뒤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다. 이후 중국인 남성과 직간접적으로 접촉한 경찰관 10여명은 인근 치안센터에 격리됐고 파출소는 중국인 남성이 코로나19 음성판정을 받을 때까지 약 15시간 동안 임시 폐쇄됐다. 하루 뒤인 13일에도 술집에서 폭행사고가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강남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현장에서 최근 중국 방문 이력이 있고 고열 증세를 보인 중국인과 접촉했다가 모두 인근 치안센터에 격리 조치됐다.

11일 제주에서는 코로나19 의심자와 접촉한 경찰관 20명이 무더기로 격리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의심증상자가 스쳐 지나간 경찰서와 파출소들은 방역을 위해 출입이 일시 통제됐다. 이 밖에 부산과 광주 등 전국적으로도 의심증상을 보인 내외국인과 접촉한 경찰관들이 격리되는 일이 잇따라 벌어지고 있다.



경찰에 붙잡힌 범인이 ‘자신이 코로나19 의심환자’라고 주장하며 경찰 업무를 고의적으로 방해하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12일 경기 양주에서는 경찰에 검거된 지명수배자가 의심환자라고 주장해 출동 경찰관들이 한나절 동안 자체격리됐다. 앞서 서울 마포의 한 음식점에서 난동을 부리다 경찰에 연행된 20대 남성이 지구대에서 가짜 코로나19 환자 행세를 하다가 풀려난 뒤 며칠 뒤 경찰관을 폭행해 결국 구속되는 일도 있었다. 일선 지구대의 한 경찰은 “코로나19 공포가 확산하면서 일부 주취자 가운데 ‘자신이 코로나에 걸렸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심심찮게 생겨나고 있다”며 “거짓말이라는 의심이 들지만 혹시 모를 가능성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매뉴얼대로 조치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자신이 코로나19 환자인데 해당 식당을 방문했던 사실을 알리겠다’고 협박해 돈을 뜯어내는 신종 사기 수법도 등장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마포구와 서대문구 일대 식당에 전화를 걸어 “내가 확진자인데 당신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질병관리본부에 방문 사실을 말하지 않을 테니 돈을 달라”고 요구한 남성을 쫓고 있다.

이러한 행태에 대해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가짜 코로나19 환자 행세를 하는 것은 남들이 자신을 무서운 존재로 여길 것이라고 착각하는 심리가 깔려 있다”며 “강력한 처벌을 통해 공권력을 조롱하는 행태에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공무집행방해죄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허위로 코로나에 걸렸다고 행패 부리며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은 굉장히 심각한 반사회적 행위”라며 “구속수사를 포함해 엄정히 수사하겠다”고 경고했다.
/김현상기자 kim01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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