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올해 총 4조3,542억원의 상환 자금 조달이 필요하다. 그러나 항공업황 악화로 실적이 급감하면서 조달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상환 일정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27일 51억원 규모 사무라이본드를 비롯해 △4월 2,400억원 △6월 402억원의 회사채와 ABS가 만기다. 올해 말 3억 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기일도 도래한다.
대한항공이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3·4분기 기준 1조456억원 수준이다. 상환 부채를 고려하면 외부차입이 불가피하다. 지만 실적이 크게 꺾이면서 신용등급 강등 이슈가 불거졌다. 회사는 지난해 6,21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18년보다 손실폭은 3배 이상 늘었다. 부채비율은 743%에서 904%로 올랐다. 자본금도 3조7,511억원(2017년)에서 2조6,267억원으로 줄었다.
문제는 올해의 영업환경은 녹록하지 않고 경영권 분쟁은 점입가경이라는 점이다.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매출은 3~4% 줄 것이라는 신용평가사들의 분석. 이렇다 보니 신용등급 하락의 가능성은 더 농후해졌다. 신평사들은 대한항공에 대해 EBITDA(상각전영업익) 대비 순차입금이 6배 이상일 경우 신용등급 하락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한항공은 이미 지난해 이 비율이 약 7.9배로 불어났다.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솔직히 자금조달도 매끄럽지는 않다. 지난해 두 번의 미매각을 겪었고 투자자들에게 시가평가 금리보다 약 30bp(1bp=0.01%포인트) 높은 3.94% 수준의 높은 금리를 제시했다.
국내 자금조달이 순탄치 않자 회사는 외화 신종자본증권 발행도 늘리고 있다. 글로벌신용등급 없이 수출입은행이나 산업은행의 지급보증을 받아 비교적 손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자주 쓸 수 있는 카드는 아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8월 유로본드(3억 달러) 성공 이후 추가적으로 외화채 발행을 준비했으나 국책은행의 지급보증을 받지 못해 장기차입금을 늘렸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재무구조 악화로 자금조달 창구가 좁아지고 있다”며 “자산매각 등 사업구조 재편을 통한 재무개선이 시급한데 경영권 분쟁에 휘말려 늦어지고 있다”고 내다봤다.
/김민경기자 mk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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